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방학용 8주 기획 프로그램이 어느새 만 3년을 훌쩍 넘겼다. 제대로 된 세트장 하나 없이 온통 흰색인 벽면과 바닥에서 K-POP을 이끄는 아이돌을 불러 놓고는 "무료로 노래 한 곡을 달라" "나의 어떤 모습이 좋냐" "드디어 키 170cm대에 진입했다"는 짓궂은 말을 이어간다. 정형돈과 데프콘이 진행을 맞고 있는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말이다.
'주간 아이돌'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을 무조건 칭찬하거나 띄워주기보다는 편하게 대해주며 의외의 모습을 찾아낸다. 비스트 용준형은 정형돈과 경보 대결을 펼쳤고, B1A4 바로와 산들은 걸스데이의 'Something' 섹시 안무를 따라 췄다. 아이유는 한우 앞에서 '먹방'을 찍고 엠블랙은 머리로 징을 치는 등 망가지는 모습도 불사했다.
하지만 단순히 시청자를 위한 재미를 선사한다고 보기에는 이상하다. 최근 '공허해'로 데뷔와 함께 각종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휩쓸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YG의 신인그룹 위너가 첫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간아이돌'을 선택했다. SM의 신인그룹 레드벨벳 역시 KBS2 '안녕하세요' 이후 예능프로그램으로 '주간 아이돌'을 선택해 15일 숨겨진 예능감을 드러냈다. 앞서 엑소도 '주간 아이돌'에서 처음으로 모든 멤버들이 출연해 매력을 발산했다.
아이돌이 음악프로그램이나 타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주간 아이돌'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제작진은 "'주간 아이돌'은 1시간 동안 한 그룹만을 집중해 샅샅이 파헤쳐주니 팬들과 멤버 모두 즐거워 한다. 지상파에서 아이돌이 조명되는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특정 멤버만 부각되는 반면 '주간 아이돌'은 멤버 전체가 골고루 활약한다"고 인기요인을 설명했다.
아이돌을 잘 '다루는' 정형돈과 데프콘의 활약도 빛을 발하고 있다.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아이돌을 '살짝' 당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소속사와 가수, 팬들에게 망가지는 아이돌의 모습은 두려움이 아니라 즐거움을 자아낸다. 때문에 오히려 소속사에서 참여 의사를 내비치기도 한다.
'주간 아이돌'을 통해 잡은 캐릭터를 타 프로그램에서 살릴 때도 있다. 인피니트 성규와 에이핑크 보미가 그랬다. 인피니트 멤버들이 합심해 리더 성규를 괴롭히며 웃음을 자아냈다. 보미는 고릴라 흉내는 기본, 낙타 박쥐 흉내까지 내며 내숭 없는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뻔뻔해서 재미있는 '주간 아이돌'. 정형돈과 데프콘의 활약에 아이돌의 매력이 더해질수록 팬들의 웃음소리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