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프랑스 '끄세즈'(Que sais-je), 독일 레클람, 일본 이와나미 문고 등 4천~5천권을 넘어서는 세계적 문고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바람이 있다"
살림출판사 심만수 대표는 15일 살림지식총서 500호 '결혼' 출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탐구당과 을유문고 등 과거의 좋은 문고책들을 되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지식총서 기획을 시작한 시점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문고 총서가 500권째를 넘어선 것은 국내 출판계 첫 사례라는 것이 살림 측의 설명이다. 특히 모든 총서가 번역서 없이 국내 저자의 저술로 이뤄진 점은 해외 번역서가 장악해온 국내 출판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의미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프랑스의 끄세즈 문고나 독일의 레클람 문고,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 등은 4-5천권 이상씩 출간된 반면, 그간 한국의 문고들은 대부분 200호~300호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서가에서 사라지거나 출간을 멈추고 말았다. 문학이나 철학, 역사 등의 인문분야에만 치중한 결과, 200호를 넘어서면 출간할 주제가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살림지식총서'는 모든 시리즈 도서가 국내 필자의 손으로 집필된게 특징이다. 살림출판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이점은 명확히 고려했다"며 "국내의 저자풀을 확대해서 한국 출판에 기여한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전체 시리즈 도서의 필자를 모두 국내저자로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일본만 하더라도 거의 90% 가까이가 일본 국내 필자가 쓴 책이다. 반면 한국은 도서시장에 유통되는 책의 70%가 해외저작물을 번역한 책들이었다. 독자저변이 일본의 절반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단행본 중심의 도서시장에서는 국내 저술가들을 육성하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살림출판사는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소장학자들을 찾아내어 대중과 소통시키려 했고,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출판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저자들에게도 글쓰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이 원칙은 500호 출간까지 이어졌고 앞으로도 최대한 지켜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림출판사는 앞으로도 그간 범주를 넘어선 새로운 기획을 더해 살림지식총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등 원로 지식인들의 총서 발간 등 의지도 보였다. 또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군대에 살림지식총서 기증 등 사회적 기여 활동도 더욱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6년 전부터 해병대 등 병영에 연간 7만~8만부의 총서를 기부해왔으며, 300여 공공도서관에도 도서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500권째로 나온 책은 ‘결혼’(남정욱 지음)이다. 한국사회의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을 다뤄보자는 취지 아래 기획됐다. 대한민국 결혼문화는 온통 안 좋은 것들의 국적불명 ‘잡탕’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 '결혼에도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 책은 이미 비즈니스의 일환이 돼버린 우리 사회 결혼문화의 변질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살림지식총서= 종교신화인류학, 사회문화환경 등 자체 8개 범주 아래 지식의 핵심을 압축해 전달한다는 취지로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담겼다. 절판 없이 모두 시판 중인 500호 전체의 지난 12년간 판매부수는 250만 부를 넘는다. 가격도 3,300원으로 책정해 누구나 부담 없이 집어들 수 있도록 했다. 10년이 넘어가면서 4800원으로 인상됐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최광식), '커피 이야기'(김성윤), '색채의 상징, 색채의 심리'(박영수), '미셸 푸코'(양운덕), '미국의 좌파와 우파'(이주영) 등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