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이달 말부터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생명보험사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생명보험협회를 중심으로 생보사들의 지급거부 결정과정상 담합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생보사별 보험규모와 민원발생 규모, 계약건수 등을 감안해 그룹별로 나눠 이번주 중 검사대상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검사는 지난 8월 ING생명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에 따른 후속책으로 연내 검사를 마무리한 뒤 내년 초 검사결과를 토대로 제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대부분 생보사가 ING생명과 유사한 약관을 운용하고 있어 대규모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ING생명은 재해사망특약 가입 후 2년 뒤 자살하면 재해보상금을 지급키로 약관에 명시했으나 보험금이 적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오다 적발돼 과징금 4억5300만원과 기관주의를 받았다.
ING생명 측은 약관이 실수로 만들어졌으며 자살한 사람에게 재해보험금을 지급하면 자살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는 삼성생명 563억원(713건), 교보생명 223억원(308건) 등 17개사 2200억원대로 추정된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검사계획에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이 금감원 조치에 대해 가처분신청 등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검사가 중단될 수 있지만 검사를 강행키로 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금감원 측은 이번 점검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소송을 제기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등 계약자를 위한 신속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미지급 자살보험금 민원과 관련, 생보사들이 단체로 지급을 거부한 것에 대해 담합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관련 12개 생보사 중 보험금을 지급키로 한 곳은 에이스생명과 현대라이프 생명 두 곳뿐이다.
삼성·교보·한화·동부 등 10개 생보사는 지급을 거부하고 최근 각 사별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12개 생보사는 지난달 23일 생보협회에서 부서장급 모임을 갖고 업계 차원의 대응책을 논의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러한 논의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위법 여부가 발견되는 현장조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정위의 움직임에 생보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미 20011년 16개 보험사가 개인보험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당시 최대 규모인 36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생보협회 측은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실무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타사의 동향을 파악하는 자리였을 뿐 담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