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자금 수수' 정두언 의원 파기환송심 재판에 이상득 전 의원 증인채택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저축은행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두언(57) 새누리당 의원의 파기환송심 재판에 이상득 전 의원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황병하 부장판사)는 24일 정 의원에 대한 속행공판에서 이 전 의원을 증인으로 재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은 2007년 임석 전 솔로몬저축 회장으로부터 7억5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2월형을 확정받았다. 수수 금액 중 3억원은 정 의원과 공모해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정 의원은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함에 따라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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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증인 채택은 재판부의 권유를 받은 검찰의 신청으로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상득 전 의원은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했음에도 대법원에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며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이 전 의원을 불러서 당시 상황을 들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의견을 물었다.

1·2심에서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의 대질 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추가 증인심문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의견을 냈고, 정 의원 측 변호인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증인심문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파기환송 재판이지만 사실관계를 다투는 마지막 재판이기도 하다"며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만큼 이 전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검찰의 증인심문 사항을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이 전 의원이 불출석할 경우에는 양측의 의견을 다시 듣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변호인은 "형제 혹은 부자와도 같았던 정 의원과 이 전 의원은 이 사건 재판을 거치면서 극렬하게 대립하는 관계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에 유리한 진술이 나오면 이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실체적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가리는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다툴 수 있는 마지막 재판일 수 있으므로 이 전 의원을 증인으로 불러 사실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정은 정치적 고려를 할 수 없고, 정치를 알지도, 정치에 관여할 수도 없는 곳"이라며 " 법대로 심리하겠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의원의 태도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지난 12일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정 의원의 공소사실 중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3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공모한 혐의에 대해 에비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의 이 같은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에 변호인 측은 불허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공소사실과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앞서 정 의원은 2007년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4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이상득 전 의원이 솔로몬저축은행에서 3억원을 받는 데 공모한 혐의(정치자금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됐다.

이 전 의원은 다음 공판기일인 내달 27일 오전 10시 30분 법정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