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개 시도 중 13곳에서 대거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자치를 명분으로 권한 강화를 본격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이같은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를 발판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교육부와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22일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교육부의 교육자치 역행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담은 결의문을 발표하고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장관 동의를 필수 조건으로 하는 등 교육감의 기본권한을 침해하는 법령 개정 추진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의견수렴 없이 강행되는 조치에 교육자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와 교육감 간에 존중과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상위법 위반 논란이 있고 교육감의 기본 권한을 침해하는 교육부의 법령 개정은 추진을 철회하고 교육감들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감들은 권한을 분명히 보장하는 법안 마련도 추진하면서 내년 국회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 교육감은 “장관과 교육감 업무 권한 관계에 대해서도 교육자치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사무와 권한 기본법이 제정되는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교육부와 교육감이 충돌하고 갈등이 일고 있지만 교육부가 먼저 원인을 제공했다”며 “우리나라는 모법과 갈등하는 시행령을 끼워 넣어 마치 시행령 공화국 같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2010년부터 교육 자치시대가 도래하고 교육감에게 대부분 권한을 준 것처럼 돼 있지만 실제 법령과 훈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교육부가 그동안의 관행과 제도에서 변한 것이 없어 갈등이 일고 있다”며 “국가 주도형 교육으로부터 주민 주도형 교육으로 넘어가야만 제대로 교육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감들은 교육부가 기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부 진보 교육감들의 인사를 막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교육공무원 임용 개정령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교육부는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교감이나 장학사를 거치지 않은 교사들에 대해 장학관 또는 교육연구관으로 인사를 한 데 대해 2단계 특별승진에 해당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장학관 또는 교육연구관으로 전직 또는 특별채용하는 경우 교장, 원장, 교감, 원감 또는 교육전문직원으로 1년 이상 경력을 요건으로 추가하는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의 교육공무원 임용 개정령은 모법이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교육부가 시행령을 편의대로 바꿔 교육자치에 역행하도록 개정하는 것은 안된다는 데 교육감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교육계는 단일호봉으로 교감 등이 승진 개념이 아니라 보직 구조여서 직책만 바뀌었을 뿐으로 두 계단 상승이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인사가 마음에 안 들어 교육부가 시행령을 바꾸려고 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등에 대한 교육부의 예산 지원이 없는 데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누리과정이 유아교육법에서는 국가 및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명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행령이 부당하게 보통 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한 것은 상위법과 괴리가 있는 것으로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편성해 주지 않으면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 못하는 상황으로 전국 교육감들이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 추진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문제제기와 함께 지방교육 자치에 맞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제정 반대에 나서면서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친 후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교육부와 갈등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