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 서울 JW메리엇 호텔에서 열린 만찬 간담회에서 최경환 경제팀을 만난 원로들은 '막다른 골목', '가라앉는 배' 등 위기의식을 담긴 표현들을 쏟아냈다.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고꾸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1980∼1981년 재무부를 이끈 이승윤 전 장관(83)은 국회가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장관은 "최경환 경제팀이 한국 경제가 걸린 병을 고치기 위한 올바른 처방을 했지만, 문제는 어떻게 실천으로 옮길 것인가"라며 "반대세력, 저항세력을 헤치고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배가 서서히 가라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옆 나라 일본은 합심해서 옛 영광을 다시 찾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고, 중국은 정치적 안정 아래 순항하고 있는데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는 여야가 대립하고 진영논리에 함몰돼 있다"며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를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최경환 부총리에게 "원내 대표를 할 때의 실력을 발휘하라"며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경제를 회복시켜 달라"고 말했다.
1997년 재정경제원 수장이었던 강경식 전 부총리(78)도 정책만 가지고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강 전 부총리는 "단기적 대책도 중요하지만,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지금이 아니고는 개혁을 할 시간이 없다"며 "꼭 해야 하지만 못했던 일들을 풀어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2002∼2003년 재정경제부를 이끈 전윤철 전 부총리(75)는 "1960∼1970년대 패러다임을 갖고는 규제개혁과 서비스업 발전이 어렵다면서 '대통령의 결단'을 강조했다.
전 전 부총리는 "각종 이익집단의 갈등 때문에 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의료 경쟁력을 살리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이 문제는 대통령의 결단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피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역인 관료 집단이 (관피아로 몰려)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며 "공직 사회를 경험한 인력 수요가 분명히 필요한 만큼 최 부총리가 관피아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재무부(사공일·정영의·이용만·박재윤), 경제기획원(이승윤), 재정경제원(홍재형·강경식·임창열), 재정경제부(강봉균·진념·전윤철·김진표·이헌재), 기획예산처(장병완), 기획재정부(강만수·윤증현·박재완·현오석)의 전직 부총리와 장관 18명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