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홍성환 기자 = 은행 등이 발행하는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금리는 높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탓이다. '동양사태'에 놀란 금융당국은 아예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1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JB금융지주는 지난 5일 제출한 코코본드 발행을 위한 정정신고서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인투자자의 경우 1억원 이상씩 청약할 수 있도록 청약 단위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코코본드는 은행 등 발행사가 재무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신종 채권이다. 현재 JB금융을 시작으로 부산은행,기업은행 등이 코코본드 발행을 준비 중이다.
코코본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자본 요건을 강화한 바젤Ⅲ가 도입되면서 등장했다. 바젤Ⅲ에서는 후순위채권이 은행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은행들은 BIS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으로 인정되는 코코본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코코본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크레딧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지역 코코본드 발행액은 143억 달러를 웃돌았으며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대비 3배 늘어나 440억 달러까지 발행액이 급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유럽 코코본드 시장이 올해 800억 달러(약 81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코코본드는 금리가 일반 채권보다 2.5~3.0%포인트 높아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국내 첫 발행을 앞둔 JB금융지주도 연 6%대 금리를 줄 예정이다.
문제는 금리가 높은 만큼 손실 우려도 크다는 점이다. 코코본드는 평상시에는 채권이지만 발행 업체인 은행이 위기를 맞아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거나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상각되는 구조다. 상각되면 투자자는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여기에 은행이 발행 금리, 금리 지급 정지 조건, 주식 전환 요건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은행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건이 설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JB금융의 코코본드 발행이 개인 청약 1억원 이상으로 제한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JB금융이 제출한 정정신고서를 심사하고 있다"며 "정정을 요구한 투자 위험성 고지 등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검토 후 정정 요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코코본드의 위험으로부터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고 잇다.
영국 금융시장감독청은 오는 10월부터 코코본드로 불리는 우발전환사채 또는 조건부자본증권의 판매 대상을 기관투자자나 전문투자자로 제한하고, 일반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는 1년간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이는 영국 금융시장감독청이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내린 첫 행정제재 조치다.
4만여명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동양사태의 여진 탓에 금융당국도 시장성보다는 소비자 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코본드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10억원 이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또 기업공시 서식을 고쳐 코코본드의 증권신고서와 분·반기 보고서 등에 투자위험 요소와 주식전환·상각 사유 등을 상세히 기재해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은 코코본드가 새로운 자본조달 수단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신용평가모델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