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해 4500원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담뱃값을 올리는 가장 큰 명분은 가격을 올려 흡연율을 떨어트리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담뱃값을 500원 올렸을 당시 국내 성인남성 흡연율은 2004년 57.8%에서 2005년 50.3%, 2006년 45.9%으로 계속해서 떨어졌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담뱃값 인상,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란 보고서를 보면 해외에서 담뱃값이 10% 오르면 단기적으로 담배 소비가 1.3~1.9% 또는 2~7% 감소했다. 소득별로는 고소득 국가에서는 2.5~5%,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는 대략 8% 줄었다.
복지부가 조사한 해외 사례에서도 담뱃값 인상에 따른 담배 소비·흡연율 감소 현상이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2009년 연방 담배 소비세가 61.66센트 늘며 담뱃값이 22% 정도 오르자 담배 판매량이 1년 사이 11% 줄었다. 성인 흡연율은 2008년 20.6%에서 2010년 19.3%로 떨어졌으며, 특히 청소년 흡연율이 10% 이상 감소했다.
영국은 물가연동제에 따라 담배 소비세가 계속 늘어 담뱃값이 1992년부터 2011년 사이에 200% 인상됐다. 이 기간 담배 소비량은 857억개비에서 420억개비로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담배업계 등 애연가들은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OECD 34개 회원국 중 담뱃값이 가장 비싼 노르웨이(13.3달러)의 성인 흡연율은 21%로 회원국 중 17위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담뱃값이 한국보다 3배 비싸지만 흡연율은 우리나라(37.6%)와 비슷하다.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담배가격이 싼 멕시코의 흡연율은 프랑스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건당국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자고 주장하지만 담배가격과 흡연율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