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왕치산 '불패'…시진핑의 ‘호랑이 사냥꾼’

왕치산 당중앙기율위 서기[사진=신화사 제공]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중국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굳건한 신임을 얻으며 강력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왕치산 서기는 ‘성역’을 깨고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잇단 거물급 부패관료를 잡아들이고 빈 자리엔 자신의 옛 부하를 중용하고 있다.  "왕치산이 시진핑의 뒤를 잇는 사실상 ‘넘버2’로 급부상", "호랑이(거물급 부패관료) 사냥을 위한 시왕(習王 시진핑 왕치산) 동맹이 체결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거침없는 호랑이 사냥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왕치산이 기율위 서기를 맡은  2012년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 이후 현재까지 중국 공직사회에서 부패 혐의로 낙마한 차관급 이상 관료는 42명에 달하고 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정치국원),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정치국원), 저우융캉)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정치국 상무위원) 등도 왕 서기의 서슬퍼런 반부패 칼날 앞에 무너졌다. 저우융캉 부패 조사사실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조차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왕 서기는 지난달 25일 회의석상에서 "저우융캉 이후 더 큰 호랑이를 잡을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기다리면 알것"이라고 말하며  고위급 인사 비리 조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관련기사

• 중국 제동없는 '반부패 드라이브'... 장관급 3명 비리로 조사
• 중국 저우융캉 이후 또 '호랑이' 잡을까... 왕치산 "기다리면 알 것"

중화권 매체들은 왕 서기가 다음번 사냥할 썩은 호랑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보이며추측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장쩌민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자칭린(賈慶林)  전 정협주석, 링지화(令計劃) 현 통일전선공작 부장·쩡칭훙 전 국가부주석 등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엔 왕 서기의 사정칼날이 산시(山西)성 지도부를 겨냥하고 있다. 몇 달 새 산시성 지도부 7명이 반 부패 조사대상에 올랐다. 여기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형 링정처(令政策) 산시성 정협 부주석도 포함됐다.  ‘석유방’(석유산업을 매개로 한 정치 세력), ‘쓰촨방’(四川幇·쓰촨성 출신의 관료 집단)의 몰락에 이어 산시방(山西幇 산시성 출신 관료와 재계인사)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같은 산시성 지도부 비리의 책임을 물어 위안춘칭(袁純淸) 산시성 당서기가 좌천됐다는 보도도 흘러나온다.  대신 왕루린(王儒林) 지린(吉林)성 서기가 산시성 당서기로 내정된 상태이며, 지린성 당 서기에는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바인차오루(巴音朝魯) 현 지린(吉林) 성장이 내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리펑(李鵬) 전 총리의 아들로 산시성 태자로 불렸던 리샤오펑(李小鵬) 현 산시성 성장의 당서기로의 승진은 한발 멀어졌다. 

▲왕치산 옛 부하 요직에 등용
 

중국 지린성 당부서기에 임명된 장차오량, 랴오닝성 당기율위 서기 린둬.

부패관료들이 낙마하며 공백이 된 자리에는 왕치산 서기의 옛 부하들이 속속 중용되고 있다.

지난달 31일엔 중국 중앙정부가 왕치산 서기의 측근인 장차오량(蔣超良) 농업은행 이사장을 중국 지린성 당위원회 부서기로 임명하고 지린성 성장 후보로 지명했다. 산시성 지도부 초토화로 지린성 서기가 산시성 서기로 이동함에 따른 후속 인사로 해석됐다. 

올해 57세인 장차오량은 후난(湖南)성 출신으로 특히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발발 당시 광둥성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을때 광둥성 선전·광저우 지역 인민은행 분행장에 파견돼 당시 광둥성 부성장이었던 왕치산 밑에서 금융위기 소방수 역할을 한 바 있다. 이후 왕치산 신임을 얻은 장차오량은 인민은행 행장조리, 후베이성 부성장, 교통은행 이사장, 국가개발은행 행장, 농업은행 행장 등을 역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9일엔 왕 서기의 측근인 린둬(林鐸)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 당위원회 서기가 랴오닝(遼寧)성 당기율위 서기로 선임됐다. 시(市) 서기보다 서열(순위)이 앞서는 성(省) 기율위 서기로 발령난 것은 사실상 승진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린둬 서기는 왕 서기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베이징(北京) 시장으로 재직하던 기간에 베이징 시청(西城)구 구장(區長)과 서기를 맡으며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베이징시 부비서장, 하얼빈 시장, 하얼빈시 당서기로 승진가도를 달렸다. 

앞서 왕 서기는 18차 당대회때 중앙기율위 서기로 임명된 직후에도  베이징 시장 재임 중 밑에 있던 부하들을 대거 발탁한 바 있다.

▲ '중국의 포청천' 왕치산은 누구?

‘특급 소방수’, ‘구원투수’, ‘위기 해결사’는 왕의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중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1997년엔 금융위기로 혼란에 빠진 광둥성에, 2003년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창궐하는 베이징에 파견돼 특유의 결단력과 카리스마로 위기를 극복했다.

야오이린(姚依林) 전 국무원 부총리의 사위여서 태자당으로 분류되지만 시진핑 주석과 비슷하게 문화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농촌에 하방돼 고생한 경험이 있다.

왕치산은 시베이(西北)대 역사학과를 졸업해 박물관에서 근무했을 만큼 역사학도다. 그가 경제금융 분야에 눈을 뜬 것은 1982년 당 중앙서기처 농업정책 연구실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이후 건설은행 부행장, 인민은행 부행장, 건설은행장 등 경제 금융 관료 코스를 밟아왔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신뢰를 얻은 ‘주룽지 사단’으로 분류된다. 빼어난 결단력과 카리스마로 ‘리틀 주룽지’로 불리기도 했다.

◆주요약력 ▲1948년 산둥성 칭다오 출생 ▲1976년 시베이대 역사학과 졸업 ▲ 1988~1989년 농촌신탁투자공사 총경리, 당서기 ▲1994년 건설은행 행장 ▲1998년 광둥성 부성장 ▲2000년 국무원 경제체제개혁 판공실 주임 ▲2002년 하이난성 당서기 ▲2003년 베이징 시장 ▲2007년 중앙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2012년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기율위 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