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1년 중 9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더구나 올해는 국정감사, 예산안 심의, 공공기관 정상화 등 굵직한 현안이 모두 9월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정부는 9월을 잘 넘겨야 남은 4분기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일 이후부터가 사실상 올해 농사를 좌우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9월은 약 7일간 추석 연휴로 인해 실제 업무를 볼 수 있는 날은 20일 안팎”이라며 “이 기간 동안 국감과 예산에 대한 국회 설득을 해야 하고 공공기관 정상화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 노조 집단 반발…공공기관 정상화 “갈 길 멀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공공기관 노조 연대단체인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행보였다.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한국노총 공공노련과 공공연맹,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과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등 2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관련한 노·정 교섭 ▲올바른 부채해결방안 마련 ▲일방적 단체협상 개정 강요 중단 ▲공공기관 운영제도 개혁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정상화라는 미명 아래 알짜 자산을 매각하는 등 민영화와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능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공공성을 사수하고 공공기관의 올바른 개혁을 위한 노정교섭을 쟁취하기 위해 총파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공공기관 조합원 4만여명 등 5개 산별 연맹에서 전체 9만여명이 이달 3일까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간 전면 파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역시 조합원 8000여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금융노동자 총파업 진군대회’를 열고 오는 3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기관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이 변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공공기관 경영 성과를 높이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끊임없이 개선해나가고 경영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아직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관은 국가 경제의 변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하는 곳”이라며 “경영진의 사기를 북돋우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감·예산심의 코앞인데…국회파행 우려에 한숨만
국회는 세월호법으로 여야간 기싸움이 계속되면서 우려했던 국회 파행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생법안 통과를 위한 호소문까지 발표했지만 결국 8월 국회는 성과 없이 끝났다.
민생법안이 정기국회로 무더기 이월되면서 정부는 한숨이 가득하다.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도 9월에 처리해야하는 부담을 떠안은 것이다. 기획재정부 실·국장급은 다시 세종시와 여의도를 오가는 고행길을 겪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8월 국회에서 핵심 법안이 통과됐으면 국감과 예산안 심사에 여유가 있었겠지만 현재로서는 추석연휴도 반납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여야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치가 심화되면서 지난 5월부터 주요 쟁점법안은 물론 의견차가 적은 단순 법안들조차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입법 제로' 상태다. 각 상임위에는 조속한 처리를 요하는 각종 법안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당장 새해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단계인 2013회계연도 지출에 대한 결산안이 지난달 31일까지 처리돼야 하지만 8월 임시국회를 그냥 넘겨 정기국회로 이월됐다. 결산안은 현재 예결위 결산소위 심사를 마무리하고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놓고 있다.
올해부터 분리해서 실시키로 했던 국정감사도 세월호법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로 지난달 26일부터 열흘간 하려던 1차 국감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올해도 국감은 예년처럼 정기국회 회기중에 20일간 ‘원샷’으로 실시되게 돼 정기국회 일정이 더욱 빠듯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정감사 등 일정을 감안할 때 법정 심사 기일 안에 새해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기는 상당히 빡빡한 상황”이라며 “결국 예결위가 시일을 넘겨 권한도 없이 심사를 진행해 수정안 형태로 예산을 처리하는 파행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