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호샤 한국GM 사장, ‘대우차 헐값 매각’ 충돌

2014-08-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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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창원)이소현 기자 = 김우중 전 대우그룹의 발언을 놓고 대우자동차 인수 당사자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GM 본사 차원의 해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사업구조 개편으로 GM내에서의 한국GM의 역할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반 GM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 전 회장이 ‘헐값 매각’이라는 주장까지 더해지자 부정적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27일 경남 창원 풀만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 전 회장이 대화록을 통해 ‘대우차 헐값 매각으로 인해 한국은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적 경제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라며 김 회장의 개인적인 주장으로 의미를 축소했다.

양측 주장의 핵심은 ‘대우차의 헐값 매각’이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이 주장하는 헐값의 주체는 1999년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당시의 대우차가 아니었다. 순간의 위기만 벗어나면, 이미 대규모 투자와 신차 개발을 마친 대우차는 세계시장에서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과 경제 성장으로 신차 수요가 늘어가고 있던 동구권을 비롯해 이란을 필두로 한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안방으로 갖고 있던 대우차는 2000년대까지 국내 100만대, 해외 150만대를 합쳐 총 250만대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했으며, 1997년까지 200만대 생산시설을 갖추고 100만대를 실제 생산했다.

정부가 약속한 데로 김 전 회장이 대우차를 계속 경영할 수 있었다면, 250만대 생산체제를 넘어 GM과도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장된 성공을 포기한 결과에 대한 손실을 김 전 회장이 추산한 금액은 약 210억달러로,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차입한 금액과 동일한 수준이다.

물론, 호샤 사장의 주장도 틀린 것이 아니다.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은 리더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덕목이다. 올해로 자동차 업계에 몸 담은지 40년이 된다는 호샤 사장은 “지난 12년여 동안 (한국GM에게) 여러 어려운 도전과제들이 있었지만, 결국 (한국GM은)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GM이 대우자동차 인수를 결정했을 당시 생산 규모는 33만8000대였고, 지금은 연간 200만대였다. 당시 직원 수는 8200여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만여명에 이른다. (인수 후 긍정적인 효과는) 다른 예를 들어 계속해서 말씀 드릴 수 있다”며, 김 전 회장이 주장하는 대우차의 성장 가능성을 한국GM이 실현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김 전 회장과 대우맨들은 더욱 대우차에 회한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저술한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교수는 책 서문에서 “대우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실패’로만 치부되던 대우차 투자가 GM의 성공 덕분에 그나마 ‘성공한 실패’로 인정 받았다고 위안 삼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GM이 그렇게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놓쳐버린 성공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크게 남는다. 또 성공할 수 있었던 대우차 투자 때문에 그룹이 해체로 내몰리고 세계시장을 휘젓던 대우인들이 실패한 경영인, 더 나아가 전과자로까지 낙인찍히며 지난 15년 동안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맺혔던 한이 더 쓰라리게 엄습해 올 것이다”고 전했다.

호샤 사장의 발언은 개인의 입장에서 내놓은 김 전 회장에 대한 반박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맡고 있는 한국GM의 전신이 대우차라는 점을 놓고 봤을 때 발언의 묘를 발휘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사람이 떠나갔지만 여전히 한국GM에는 대우맨들이 남아있다. 이들이 모두 김 전 회장을 따른다고 볼 순 없겠지만 적어도 김 전 회장을 향한 마음은 사그라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대우’에 대한 자부심은 강한 사람들이다. 특히, “2028년 한국에 와서 자서전을 내겠다”는 호샤 사장의 발언은 자칫 이들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대우특별포럼’에는 1990년대말 대우차 혼란이 정점에 달했던 당시 노조위원장을 지냈던 추영호씨가 한국GM 작업복을 입고 참석했다. 추 씨는 “매각 당시 우려했던 상황이 지금 한국GM에서 벌어지고 있다. 2000년 5월 스미스 GM 회장은 회사의 지분 30%를 주기로 약속했지만 지금껏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군산‧부평공장 죽어가고 있다”며, “한국GM 노동자들은 (대우인들과) 같은 심정이다. 우리를 눈여겨 봐주시고,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추 씨의 말은 한국GM내에서도 여전히 대우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전 회장의 대화록 발간으로 대우 명예회복 활동은 범 대우인 차원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제 당사자인 GM도 호샤 사장이 아닌, 미국 본사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우와의 합작 협상은 대우의 요청이었다, GM의 희망이었다로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에게 GM이 비밀리에 보낸 대우차 인수의향서 등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많다.

호샤 사장의 말 대로 이제 GM도 대우차 문제에 관련해 현실을 파악하고 GM에 있어서 최선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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