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이 요동친다"…금융권, 금융환경 급변에 대응책 마련 고심

2014-08-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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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장슬기·박선미·문지훈 기자 = 기준금리 인하로 자금시장에 일대 변화가 감지되면서 금융권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은행권의 경우 초저금리 기조로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상당수 금융사들이 명확한 대응전략을 찾기 어려워 당분간 금융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경쟁사 동향을 살피는 등 '눈치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요동치는 자금시장…주식시장에 대거 유입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저금리 기조 등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1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6조1000억원으로 금리인하 전날인 13일 15조5000억원에 비해 6000억원 가량 늘었다.

영업일 기준으로 불과 이틀만에 일어난 변화다. 한 달 전에 비해서는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와 머니마켓펀드에도 한 달 사이 각각 1조6000억원과 1조2000억원이 유입됐다. 시중은행에 비해 예금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신협 등 제2금융권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직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은행 대부분이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금리인하는 곧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순이자이익이 연간 27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눈치작전 펼치며 마케팅 고심…외환시장 주목 

자금시장이 요동치자 은행권은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은 고객마케팅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당분간 마진폭을 줄이면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내려간만큼 예·적금 금리를 당장 낮출 수도 없으니 일단 경쟁사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새롭게 마케팅 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외환시장 공략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익성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짭짤하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해외로 1만 달러를 송금할 때 2만1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고, 2만 달러는 2만1800원을 낸다. 국내 송금과 비교할 때 열 배 이상을 지불해 그만큼 은행에는 이익이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짜'라는 인식이 크지만 외환 부문에서는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생각이 통한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고육책' 영업점 추가 축소 이어질까 

은행들이 영업점 추가 축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7개 주요 은행의 올 1분기 말 영업점(지점+출장소) 수는 총 5832개로 지난해 말 5927개보다 95개 줄었다.

그동안 적자 영업점을 인근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폐쇄한 후 산업단지 등 신규 유망지역에 신설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총 영업점 수가 증가세를 이어왔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인하되는 등 초저금리 기조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아진 만큼 비용관리를 위해 점포를 추가 축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부 은행은 당분간 영업점을 축소하지 않겠다는 계획이지만 일단 하반기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이상 향후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점을 일시에 대폭 축소하거나 꾸준히 정리했다"며 "향후 경기 전망도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비용관리 등을 위해 추가 점포축소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카드사도 대응책 고심 

보험사들도 대체 투자를 모색하는 등 자산운용수익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금리 인하가 단기적으로는 보유한 채권 가격을 상승시켜 수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운용수익률이 떨어져 역마진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저금리 기조에 따라 안전자산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의 대체 투자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조건 수익률만 높일 게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자산과의 비중을 조절하는 등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을 동시에 높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주로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들 역시 장기간 저금리가 유지될 경우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금리 인하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공식에 조달금리가 포함되는 만큼 가맹점 수수료율이 내려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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