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금융당국의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대출금리도 낮아지는 추세인데, 그동안 금융당국이 막무가내로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늘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시각에선 여전히 고정금리대출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지나친 정책적 개입이 서민금융을 오히려 왜곡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에 서민들은 '당황'
3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478조5000억원 중 변동금리대출은 355조5000억원에 달한다. 74.3% 비중이다. 대출이자가 9000억원 가까이 줄어든다면 대출자 779만6000여명이 1인당 연간 11만4000원의 이자 경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123조원에 달하는 고정금리대출 고객들은 3000억원 상당의 이자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서민들은 지금이라도 변동금리대출로 갈아타야 하는지 마음이 급해졌다.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전격 발표되면서 은행 대출창구에는 변동금리대출 전환 여부를 묻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금리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서민들이 집을 쉽게 살 수 있도록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기활성화와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정부가 무책임하게 서민들에게 대출을 권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물론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섣불리 변동금리대출로 갈아타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당연히 고정금리대출을 유지해야 한다"며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늘리겠다는 정책 자체를 나쁘게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영경 희망재무설계 팀장은 "이미 금리가 바닥이므로 경기가 최악의 상황까지 침체될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고정금리대출이 유리하다"며 "금리 차이가 0.5~1%포인트에 불과하다면 변동금리대출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수년 전 높은 금리로 고정금리대출을 받았다면 금리차를 따져 변동금리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서민금융 왜곡
그러나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은 짚고 넘어갈 문제다. 되레 서민금융을 왜곡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이 의도적으로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늘리려다 오히려 금융소비자들의 상품 선택권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며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희박한 지난 2월에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는 점도 시기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당국이 은행에 고정금리대출 상품 출시를 의무화하면 전체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과도한 정책적 개입보다는 금융사 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서민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지나치게 '외풍'에 흔들린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꾸려진 2기 경제팀이 내놓은 정책에 맞추려다보니 기존에 추진되던 금융정책들의 방향도 바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사실상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 부총리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고육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고정금리대출을 받은 서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더불어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늘리려던 금융당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 역시 취임 당시의 정책 기조를 접고, LTV·DTI 완화 정책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선 관계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필수겠지만, 금융사와 소비자들이 종종 혼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