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교착 상태에 빠진 세월호 정국에서 여야가 양당의 대표 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을 고리 삼아 ‘밀고 당기기’ 게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세월호 청문회 증인 채택과 관련해 문 의원 등 참여정부 인사들의 출석을 요구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여부도 불투명한 데다 세월호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싼 이견 차로 애초 오는 18∼21일까지 가까스로 잡혔던 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정조사법상 증인에 대해선 청문회 개최 일주일 전에 출석을 통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세월호 정국의 장기간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새누리당의 공격 초점은 친노(친노무현)그룹 좌장인 문 의원이다.
문 의원 등이 세월호 청문회에 나오면 야권이 요구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증인 채택을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호성 청와대 제1 부속실 비서관의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선 사력을 다해 막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청문회와 관련해 “세월호 특별법은 원래대로 진행하고 새정치연합에서 문 의원 이외에 (세월호 참사와)관련된 사람들이 나오면 새누리당에서도 김기춘 실장에 대해서 출석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정 비서관의 출석에 대해선 ‘경호상의 문제’로 난색을 보인 뒤 “(청와대) 비서관이 공개적으로 나온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은 오는 18일 세월호 청문회가 무산된 만큼 날짜 조정을 통해 개최하자는 입장이다. 조 의원도 “날짜 조정을 할 것 같고 청문회는 여야 합의하에 하는 게 좋겠다”며 “청문회와 특위 활동 등은 별개”라고 못 박았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내부적으로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세월호 국조특위의 활동시한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과 청문회 증인 채택을 패키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국조계획서 특위 활동시한 연장과 관련해 “가능하다”며 “(필요하면 국조특위의 활동)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기류가 많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줄 수 있다’고 말한 김 대표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영선 국민공강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김 대표를 향해 “특검추천권을 야당에게 주겠다고 했던 김 대표에게 말한다”며 “김 대표가 먼저 꺼낸 제안이었다. 그 말로 유가족의 기대를 부풀려놓고 말 바꾸기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윤근 정책위의장도 “이제 여당이 답을 줘야할 차례”라며 “김 대표가 본인이 한말에 대해 국민들에게 입장을 떳떳이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과 관련, “대통령도 이완구 원내대표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며 “정치력이 출중한 김 대표가 풀어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일각에선 양당 원내대표가 오는 주말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담판을 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민생법안 등이 사실상 올스톱, 정치 실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