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펠트’는 이미 2011년에 지어진 이름이다. 당시 예은은 음악작업을 하면서 ‘허트펠트(Heartfelt)’라는 예명을 생각했으나 소속사 대표 박진영 프로듀서가 “예쁘기만 한 이름”이라는 말에 ‘핫(Hot)’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진심을 담은 음악, 마음이 뜨거워지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핫펠트’를 찾아가는 과정은 원더걸스의 틀을 깨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예은은 그렇게 다시 신인으로 돌아갔다.
지난 30일 자정 공개된 예은의 첫 솔로 앨범 ‘미?(Me?)’에는 타이틀곡 ‘에인트 노바디(Ain`t Nobody)’를 비롯해 ‘아이언 걸(Iron Girl)’ ‘트루스(Truth)’ ‘본드(Bond)’ ‘웬에버 투게더(Wherever Together)’ ‘피터팬(Peter Pan)’ ‘다운(Nothing Lasts Forever)’이 수록됐다.
원더걸스를 탈피하고자 했던 예은을 앨범 발매 12시간 전, 서울 신사동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솔로 발매 이야기는 1년 반전부터 나오고 있었지만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원더걸스가 해왔던 댄스음악과 제가 하고 싶었던 진지한 음악 사이에 괴리가 있었거든요. 욕심이 아닌 열정이라는 범위 내에서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예은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원더걸스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예은은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각오로 이번 앨범을 작업했다. 이우민 프로듀서와 함께 전곡을 작사·작곡하면서 본인의 음악색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물론 대중과 음악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 금상첨화지만 '다음 단계'를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작업하면서 감성적인 것을 표현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였어요. 가사를 쓴 다음, 코드를 만들면서 발전시켰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300% 잘 나온 거 같아요(미소).”
“모든 곡은 제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나왔어요. ‘에인트 노바디’는 제 주변에 있는 친한 남자친구들의 어리석은 행동에서 시작했어요. 클럽을 가 다른 여자의 번호를 따지만 그들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여자 친구를 정말 사랑한다는 거죠! 결국 그 사건으로 헤어져 크게 후회하는 모습이 (저는) 너무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근데 우리 팬들을 보면서 이해하겠더라고요. 원더걸스가 오래 쉬니까 (팬 분들이) 다른 걸그룹들을 몰래 따라다니시면서 인터넷에 후기를 남기시더라고요. ‘어느 걸그룹의 본방을 갔다 왔다. 그렇지만 원더걸스만한 걸그룹이 없다’면서요. 그런 글들을 보면서 괜스레 눈물이 났어요. 사람 사람의 마음이 그런 거 아닐까요? 제가 진정으로 팬을 사랑하기에 팬도 그 마음을 알아봐 주시고, 저보다 예쁘고 어린 걸그룹들이 쏟아져도, 그래서 잠시 눈을 돌려도 결국에는 저를 좋아해 주시잖아요.”
독특한 생각의 흐름이 인상적이고 매력적이다. 그 생각을 풀어낸 노래에 공감대가 그려지니 놀랍다. 예은의 재발견이다. 그러나 앞서 티저에서도 반전 매력은 있었다. 과감히 드러낸 맨얼굴, 완전히 벗은 뒤태로 파격을 선언했다.
“주변 분들이 이번에는 어떤 콘셉트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때마다 ‘내가 뭘 입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래서 아예 입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옷도 벗고 화장도 지웠어요. 처음에는 얼굴도 안 보이고 등만 보이려고 했는데 그건 화제성이 되지 않을 거라는 회사의 조언에 수긍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싸움이었지만 예은은 인생 최초로 쓴 11장의 손편지로 박진영의 마음을 돌렸다. 소속사 대표를 꺾는 불굴의 의지로 발매한 앨범.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지만 평가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진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척한다’거나 ‘애쓴다’는 게 아니라 핫펠트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진정성을 알아봐 주시길 바라요.”
현재 예은의 솔로는 수록곡 전부가 음원차트 10위 권에 올라가는 줄세우기를 보이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 왠지 모르게 예은보다 박진영의 입가에 미소가 더 클 것 같은 상상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핫펠트의 뜨거운 음악이 이제 막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