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손학규 전 의원과 김두관 전 경남 지사, 그리고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새누리당 임태희 전 의원 등 정치적 거물들이 잇따라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전략 공천 등을 통해 격전지에 투입됐지만, 정작 고착화된 정당 지지도의 지역 기반을 깨는 데는 실패했다.
이들의 거대한 정치 실험이 실패한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로서는 이번 선거가 인물론 중심이 아닌 각 당의 총력 유세전으로 인한 쟁점 선거로 치뤄진 것이다.
정치적 거물이라는 인물론을 내세운 이들의 선거 전략은 경제살리기 VS 세월호 참사 심판 등 굵직한 정치 쟁점이 이슈화가 되면서 제대로 착근하지도 못했다.
정치권의 공방으로 인해 정작 재·보궐 선거는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지역 기반이 없는 이들 정치적 거물들에게는 지역구의 넓은 땅이 야속하기만 했을 것이다.
이들은 또한 전략 공천으로 인해 지역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천 실패를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 정치적 거물들은 비교적 인물이 알려지지 않은 정치적 신인들에게 패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어 앞으로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원 팔달의 손학규 후보는 1970년 생으로 정치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의 김용남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 지역은 남경필 현 경기도 지사가 5선을 한 지역으로 새누리당의 지역 기반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고전이 예상됐었다. 손학규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지속적으로 큰 인물론을 내세우며 선전을 펼쳤지만 결국 지역 기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도 김포의 김두관 후보 역시 높은 지역기반을 넘지 못했고, 수원 영통의 임태희 후보 역시 높은 지역 기반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두관 후보도 정치신인인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에게 패했으며, 임태희 후보의 경우도 처음으로 선거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에게 너무 무력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들의 퇴장으로 인해 정치적 신인들의 발 디딜 공간이 넓어졌으나, 그들의 높은 정치적 경륜을 정치권이 수혈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측면도 크다.
이들의 쓸쓸한 퇴장은 역으로 이들의 어깨를 디딤돌 삼아 이제 막 정치권에 진입한 정치신인들에게는 날개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이들 정치적 거물들의 퇴장이 곧바로 정치권의 세대 교체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들의 퇴장은 향후 대권을 꿈꾸는 주자들에게 미칠 파급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의 재기를 발판으로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충분한 정치적 경륜이 있는 이들이었기에 향후 대권 구도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치권의 잠언처럼 이들의 실패는 새로운 인물에게 기회를 주었고, 지금은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퇴장하는 이들이 언제 다시 재기에 성공할 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재·보궐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