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지난해 10월 울산시 울주에서 계모 박모씨가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8살짜리 의붓딸 서현이를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이 일어났다.
박씨는 무려 3년간이나 학대를 일삼았다. 서현이는 사망 1년 전 계속되는 폭행으로 허벅지뼈가 뿌러져 응급실에서 수술까지 받았지만 당시 진료를 맡은 의사와 간호사 모두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동학대 신고의무가 있는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74%는 아동학대 신고요령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이태림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전임강사팀이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발표한 ’아동학대에 대한 응급실 내 의료종사자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 응급실 근무자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동학대 신고요령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26.2%에 그쳤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의료인·의료기사·응급구조사를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하고 있다.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오는 9월부터는 아동학대 사실을 정당한 이유없이 신고하지 않으면 위반 횟수에 따라 15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된다.
처벌규정을 둔 것은 아동보호 차원에서 의료기관 종사자의 낮은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2012년 총 8979건의 아동학대 신고자 가운데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료인 89건, 응급구조사 0건, 의료기사 4건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아동학대를 실제로 보고한 경험이 있는 응급실 근무자는 4.9%에 머물렀다.
또 67.9%는 아동학대를 보고하지 않는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54.4%는 아동학대에 관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동학대를 의심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이유로는 ‘아이의 부모에게 질문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75.7%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아동학대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다’(29.1%), ‘인적사항 노출이나 보복이 걱정된다’(24.3%) 등이었다.
연구팀은 “아동을 학대 상황에서 구하지 못했을 때 해당 아동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손실을 생각한다면 응급실 근무로 바쁜 와중에도 한 번쯤은 더 세심히 관찰하고 구조의 손길을 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연구팀은 “아동학대의 조기발견과 대처를 위해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이나 일반 국민에 대한 홍보, 제도의 개선 등 여러 방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