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빅데이터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관련산업 매출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등 큰 효과를 내는 반면, 한국은 IT 강국임에도 대다수(81.6%)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지난 15일 정보통신백서를 발간하고, 2012년 기준으로 전 산업에 걸쳐 빅데이터 활용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가 연간 약 60조9000억엔(한화 약 618조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당해 전 산업의 매출액은 1335조5000억엔으로 이 중 4.6%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빅데이터는 PC나 스마트폰 등 모든 전자기기에서 발생해 축적되는 대량의 데이터이다. 주로 마케팅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는데, 포인트카드를 사용한 상품 구매내역 등을 분석해 어떤 상품이 유행하는지 예측하는 식이다.
통계상으로 한국의 빅데이터 시장은 일본에 뒤처지고 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따르면 일본의 빅데이터 시장은 2012년 206억7000만엔(2099억여원)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293억3000만엔(2979억여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분석한 한국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2013년 1억6330만달러(1681억여원), 올해 2억820만달러(2143억여원)로 같은 기간 일본의 시장 규모에 못미친다.
코트라 교토 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오픈데이터’ 정책을 쓰고 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공개해 민간기업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장려하는 내용이다. 일본의 민간기업도 여기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활용책을 모색하고 있다. 2012년 7월 결성된 일본 오픈데이터 추진 컨소시엄 참가기업이 이미 150개에 달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아직 빅데이터 활용에 미숙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활용 현황을 조사했더니, 81.6%가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활용하고 있다”는 기업은 7.5%에 그쳤고, “향후 활용 계획이 있다”는 기업도 10.9%에 불과했다. 특히 빅데이터 활용이 어려운 이유로 ‘데이터 분석역량 및 경험부족’(19.6%)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한국의 이기종 데이터 융합 및 데이터 저장관리, 분석 등의 빅데이터 기술이 선진국 대비 2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는 “빅데이터는 높은 고용창출력을 보유한 산업이라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수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관리하고 분석하는 데 양질의 고용 창출이 필수적이라서 2013년에서 2017년까지 약 52만개의 추가 일자리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빅데이터 관련 기업은 △스마트폰 및 반도체 업종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통신분야의 SK텔레콤, KT, △포탈의 네이버, 다음, 그밖에 통신장비업체들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저장산업에서 경쟁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첫 3D V낸드 양산 이후 이 기술을 기반으로 성능이 월등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최초 출시해 빅데이터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