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자동차 연비 분쟁, 정부는 더욱 성숙한 모습 보여야…

2014-07-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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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최근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를 뽑으라면 자동차 연비 문제일 것이다. 워낙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거니와 정부의 공정하고 투명한 연비 문제 개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자동차 연비 담당을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는 국토교통부가 담당하였고 승용차는 10여년 이상을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는 상태였다. 연비 문제 제기 이후 국토교통부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승용차 10여종을 대상으로 단독으로 공인연비 측정을 해본 결과 현행 오차 범위인 5%를 넘는 상태를 2개 차종에 대하여 확인하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담당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오차 범위 이내 적합판정을 내려 부처 상호간에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국토교통부의 연비 측정상의 문제를 강력하게 제시한 메이커의 요청을 반영하여 내부적으로 3대의 평균연비 측정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여 재측정하였고 비공식적으로 역시 오차 범위를 넘는다고 언론 상에 제기한 상태였다. 그 이후 최근 6개월 이상을 산업통산원부와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연비 측정에 대한 역할 분담에 대한 줄다리기를 계속하여 얼마 전 최종 공동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발표는 예상과는 달리 부처별 이기주의가 팽배된 모습만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발표 내용 자체가 부처별 통일이 되어 있지 않고 역시 문제가 있는 차종에 대해서도 엇갈린 판정을 하여 역시 혼동을 부채질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 잘했느냐를 떠나서 과연 정부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었냐일 것이다. 이미 세월호 문제 등 다양한 심각성을 드러낸 마당에 더욱 못된 치부를 보냐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몇 가지 측면에서 심도 깊게 생각하여야 할 과제가 늘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정부의 신뢰성 타격이다. 이미 불신이 매우 높은 대국민 상황에서 부처 간의 이기주의로만 보여준 부분은 분명히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통일화된 부분이 없다면 기자회견을 아예 굳이 할 필요도 없고 시간을 늦추어서라도 합의된 부분을 만들어내는 희생정신이 필요하였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역할도 아쉽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직접 조율하고 정리한다면 이 정도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객관적인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하여 서로간의 장점을 조합한 중재안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로 자동차 메이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더욱 흐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부부서의 판결이 다르니 메이커는 도피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고 핑계될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제공한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메이커의 자정 노력과 소비자 배려를 위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이번 발표가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로 국내 자동차 공인 연비 측정방법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두 부서의 장점으로만 이루어진 통일안이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하고 더욱 개선하여 연비 시험 시 객관적인 외부 전문가 참여, 향후 오차 범위를 더욱 줄이고, 사후 검증 시 샘플 차량을 더욱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넷째로 자동차 메이커는 더욱 노력하여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의 시각을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할 것이다.

다섯째 수입차 메이커는 물론 FTA 상대국들도 이번 사태를 통하여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치부를 들어 내놓는 상황이 된 만큼 이제는 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성숙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후 정부의 성숙된 모습을 바라면서 하루속히 자동차 연비제도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제도적 안착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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