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목록을 보자. 목걸이에 가방에 선글라스까지…죄다 몸에 걸치는 것뿐이다. ‘친정’ GS샵에서 세안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생방송 중 세안을 불사하고, 파운데이션 효과를 보여준다며 민낯 오프닝을 치르고 카메라 앞에서 메이크업 직접 시연한 정윤정이 롯데홈쇼핑에서의 첫 방송을 패션 아이템으로 선정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른바 ‘기적의 크림’ 사건 때문. 정윤정이 2012년 GS샵에서 기적처럼 34575개를 팔아 치운 ‘기적의 크림(마리오바데스쿠 힐링크림)’에 스테로이드성분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게다가 이미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채 판매 중단에만 그친 것 발각됐다. “내가 써 보고 좋은 것만 판다” “제품이 아니라 진심을 판다”던 정윤정이 최전방에 섰던 만큼 소비자의 화살은 정윤정을 향했다.
“팔기 전 직접 써 봤을 때에는 효과가 정말 좋아 주변 지인에게 추천까지 했다”며 억울한 심경을 A4용지 두 장 분량으로 공개하고, 자숙의 의미로 2주간 방송까지 중단했지만 소비자의 화는 풀릴 줄을 몰랐다.
휴지기 후 GS샵으로 복귀한 정윤정의 화장품 판매는 눈에 띄게 줄었다. 아니 거의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대신 저명한 셀러브리티와 함께 옷과 가방 등을 파는데 주력했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롯데홈쇼핑 이적 후에도 계속 됐다.
패션 아이템이 아무리 나빠 봐야 스테로이드가 첨가된 화장품만 할까? ‘1분에 1억을 파는 여자’ ‘실시간 동시 주문 최다 고객’ ‘단일 프로그램 최다 매출’의 기록을 보유한 정윤정이 나빠 봐야 질 낮은 소재와 촌스러운 디자인 정도에서 그치는 ‘안전한’ 제품 뒤에 숨어 소비자가 ‘기적의 크림’ 사건을 잊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