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26일 중국 베이징 밀운개발구에서 열린 만도 중국 R&D센터(MRC)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고인의 ‘기술지상(技術至上)’의 경영철학을 떠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2014년은 한라그룹이 처음으로 기계 사업에 뛰어든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1962년 현대양행을 설립한 정 명예회장은 기계 생산을 위해 경기도 시흥군 안양읍 박달리 야산자락을 사들여 1964년 6월 1일 공장 건설을 시작해 그해 12월 17일 완공하고 ‘안양기계제작소’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준공 초기 양식기 생산으로 시작했던 안양기계제작소는 현대자동차 설립을 주도한 정 명예회장이 자동차부품 사업 진출을 결심하면서 이를 추진할 모태로 거듭났다.
1968년 봄 정 명예회장은 핵심 간부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우리는 이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동차 전반에 대한 기술을 공부하고 자동차부품 생산라인을 갖춰라”고 지시했다. 안양기계제작소는 현대양행이 분해됐을 때 정 명예회장 앞으로 남은 유일한 사업 기반이었다. 초창기 군포공장과 창원공장에 밀려 서자 취급을 받았으나 이들 공장들이 한라그룹의 품을 떠난 뒤에도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성장을 거듭했다. 이후 만도기계, 만도로 이름을 바꾸며 현재의 위상을 다져온, 사실상 한라그룹의 적통이었다.
준공식에 앞서 정 회장은 R&D센터 1층 로비에 마련된 아버지 정 명예회장의 흉상 제막식을 가졌으며, 준공식 행사장 출입문에는 고인의 생전모습을 담은 사진이 소개됐다. 그만큼 만도에 대한 애정과 감회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 회장은 “2014년은 만도가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는 해이다. 지난 5월 폴란드 공장 준공에 이어 6월 중국 R&D센터와 선양공장 준공, 7월에는 미국 조지아 공장이 준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만도는 세계 각 지역에 제조공장을 갖는 명실공히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가 됐다. 이에 맞춰 글로벌 마케팅과 세일즈 강화로 올해의 수주 목표인 9조원 달성이 순항을 하고 있고, 미국·유럽 고객으로부터의 수주확대로 고객의 다변화를 이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특히, 만도가 글로벌화 전략에서 중요하게 역점을 두는 것이 생산 현지화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의 글로벌화이며, 만도의 미래성장동력은 R&D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만도는 한국 판교에 있는 글로벌 R&D 센터를 중심으로 미국, 독일, 중국, 인도에 연구소를 설립하여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목표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회장은 “R&D 투자도 2012년과 2013년 매출액 대비 4% 대에서 2014년 4.6%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5% 이상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 제고를 추진 해나갈 계획”이라며, “기술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 전략적 제휴 등 모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에서는 지난해 110억위안(한화 약 1조8000억원)이었던 매출액을 오는 2018년까지 220억위안(3조6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 뿐만 길리볼보그룹, 상하이자동차그룹, 장안기차 그룹, 장성기차 등 주요 고객을 기반으로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의 성장전략으로 2018년 매출 3조원을 달성하고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 R&D센터 준공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R&D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며, “중국 R&D 센터는 만도 글로벌 R&D 네트워크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 경쟁력확보를 추진해 나갈 것이며, 중국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우수인력 확보 및 육성을 적극 추진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글로벌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역량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