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국민은행 사외이사진이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안을 강행키로 했다.
23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은행 이사회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한국IBM을 불공정 거래행위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현재 국민은행은 이사회 갈등으로 유닉스 시스템 전환이 사실상 중단돼 내년 7월 이후에도 일정 기간 기존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임시 이사회 개최 및 안건 상정은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 임원진을 배제한 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이사회에서 안건을 표결 처리할 경우 이사진 10명 중 사외이사가 6명에 달하는 만큼 공정위 신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실제 위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키로 했던 이사회의 의결을 기존대로 추진하기 위해 사외이사진이 신고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행장을 비롯한 국민은행 경영진은 앞서 진행된 전산시스템 교체 입찰에서 1개 사업자만 참여해 입찰이 무산되자 지난달 30일 경영협의회를 통해 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결정한 바 있다.
공기업과 달리 민간 부문에서 사외이사진이 경영진을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의결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국민은행 이사진 화합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