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서울 강남권 및 경기도 분당신도시 일대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사업 속도를 내면서 내년 초 전세대란이 우려된다. 서울시에서는 이주수요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단지별 사업속도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비용과 세금 문제로 각 조합이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권에서 이주를 앞두고 있는 관리처분·사업인가 단계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2만5979가구, 경기도 성남시 2만5770가구 등 총 5만여가구에 이른다.
경기 성남시도 분당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가구수가 총 5200여가구에 이르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건축 2870여가구, 성남재개발2단계(금광1구역, 중1구역, 신흥2구역) 1만7700여가구를 합하면 총 2만5770가구에 이른다.
현재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단지들은 대부분 내년 초 이주를 계획하고 있어 강남권 및 수도권 남부 일대에 전세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의 재건축 이주수요는 전세시장에서 잠재적 불안 요소"라며 "이미 전셋값이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강남권에서 이탈해 서울 시내나 수도권 남부로 이주하는 수요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강남4구 전셋값은 주간단위로 0.01% 상승했다. 이전 13주간 하락세를 보이다 다시 상승 반전한 것이다. 성남시 역시 5주간 하락세를 마무리하고 0.03% 상승했다.
강남구 대치동 이화공인 관계자는 "대치현대 전용 84㎡ 전셋값이 최근 2000만~3000만원 올라 5억원까지 한다"며 "한동안 잠잠하던 전세 문의가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각 단지별 사업속도를 조정해 이주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찬율 서울시 도시계획과 팀장은 "현행법상 2000가구 이상의 재건축 단지들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사업속도를 일부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내년 초 이주를 앞두고 있는 단지들은 대부분 2000가구 미만인 단지들이어서 개별적으로 조합 측과 합의해 사업 속도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속도가 늦춰지면 금융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합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초과이익환수제가 올해 말까지 유예중이어서 대부분의 조합들은 사업추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통과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단지 조합 관계자는 "사업 속도가 늦어지면 그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은 누가 책임지겠나"라며 "서울시가 사업 추진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나서더라도 실제로 추진 속도를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