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 일색 삼성전자 ‘타이젠’, 지긋지긋한 ‘OS 종속 굴레’ 못 벗어나나

2014-06-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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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젠 공식 홈페이지 화면]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타이젠 연합’의 자체 개발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이 기대 이하라는 혹평이 쏟아지면서 삼성전자의 ‘OS 종속’ 논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특히 가장 각광받는 차세대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을 고스란히 글로벌 기업에게 넘겨주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현재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8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OS 종속’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기반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회심의 카드? 혹평 일색에 삼성전자 ‘당혹’

타이젠 OS(이하 타이젠)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이른바 ‘타이젠 연합’이 개발한 HTML5 기반의 개방형 OS다. 개발 목적은 안드로이드와 iOS의 독점으로 인한 이른바 ‘OS 종속’을 벗어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서는 애플을 압도하며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자체 개발 OS인 iOS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동시에 점유하고 있는 애플과는 달리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의 전적으로 의존하며 알토란 같은 모바일 OS 시장에서 밀려나있는 상황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중인 타이젠이지만, 현재까지의 행보는 ‘막막함’ 그 자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고 타이젠 탑재 스마트폰인 ‘삼성Z’를 공개했지만 업계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특히 OS의 핵심인 안전성과 응용 애플리케이션 확보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영국 제너레이티리서치의 앤드류 슈 수석 분석가가 타이젠을 향해 ‘이미 수포로 돌아간 프로젝트’라는 혹평을 내린바 있으며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역시 ‘삼성Z’의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인 지난해 6월에 ‘타이젠폰의 점유율은 2017년에도 2.9%에 불과할 것’이라 단언하는 등 전문가들의 전망이 대단히 부정적이다.

여기에 올 3분기 출시가 예고된 ‘삼성Z’가 북미나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시장이 아닌 아직은 변방에 불과한 러시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 시장에 도전하기에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게 일고 있다.

또한 하반기 출시를 예고했던 타이젠TV(타이젠 탭재 스마트TV) 역시 내년 이후에나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 중심의 ‘타이젠 프로젝트’에 대한 비관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아직 타이젠에 대한 총평을 내리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면서도 “안드로이드와 iOS를 능가하거나, 최소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지점마저도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심각한 ‘OS 종속’, 모바일 콘텐츠 시장 송두리째 놓쳐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가 정작 OS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종속되면서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수익 주도권이 구글과 애플에게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30일 발표된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약 2조4335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중 구글플레이 스토어가 49%인 약 1조1941억원을 차지하고 있으며 애플 앱스토어는 30%인 약 7431억원 점유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라는 두 글로벌 기업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약 80%를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SK티스토어, KT올레마켓, LG유플러스 스토어, 삼성전자 삼성앱스 등 국내 기업들의 주요 앱스토어의 비중은 이들 모두를 합쳐도 10%를 간신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의 ‘참패’가 가져올 파장은 치명적이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독점’은 자체 OS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OS를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국내 및 글로벌 시장를 장악했음에도 정착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는 ‘남 좋은 일’만 해주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종속을 벗어날 수 있는 자체 OS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알토란 같은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해외 기업들에게 내주는 현 구도는 변함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타이젠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에 시달리면서 ‘OS 독립’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탄식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가 정작 OS에서는 ‘듣보잡’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반성이 필요한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글로벌은 둘째 치고서라도 국내 시장에서만이라도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체 OS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의 배만 불려주는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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