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4일로 25주년을 맞은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4일 타이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잉주(馬英九) 타이완 총통은 이날 성명을 통해 톈안먼 사건에 대한 재평가를 중국 당국에 촉구했다.
마 총통은 "중국 당국이 조속히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 재평가해야 하며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3일(현지시간)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톈안먼 사태 25주년에 앞서 10여 명의 반정부 운동가와 저널리스트, 변호사 등을 구속하거나 가택연금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톈안먼 사태 25주년을 앞두고 중국이 구금한 체제비판자들을 모두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 또한 “톈안먼 사태 당시 무슨 일이 있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 정부는 당시 군부의 폭력적인 억압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그간 톈안먼 사태를 극소수 자유화 분자들이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 서거를 틈타 그에 대한 추도를 구실로 반당·반사회주의 활동에 나선 '반혁명 폭란'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재평가 요구를 거부해 왔다.
한편, 4일 저녁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는 홍콩 시민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 주최로 톈안먼 사태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톈안먼 사태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집회에는 최소 15만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왕단(王丹)과 우얼카이시(吾爾開希), 왕쥔타오(王軍濤), 저우펑쒀(周鋒鎖) 등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인사들의 녹화 영상도 상영된다. 또 중국의 저명한 인권변호사인 텅뱌오(藤彪)는 집회에서 직접 연설에 나설 계획이다.
홍콩에서는 매년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톈안먼 사태 20주년이었던 지난 2009년 집회 때는 주최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 6만5000명)이 참가했으며 지난해에는 15만 명(경찰 추산 5만4000명)이 참가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 25주년을 앞두고 테러 및 대규모 시위 가능성에 대비해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중국 자체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통해 구글 접속을 차단하는 등 인터넷상에서의 보안 통제수위도 한층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