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삼성SDI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공동으로 차세대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초경량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납축 배터리 대비 40% 이상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포드의 차세대 콘셉트카에 이 배터리를 채용할 경우 배터리 무게와 사이즈를 추가로 절감해 에너지 효율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삼성SDI는 '초경량 리튬이온 배터리 콘셉트' 개발을 통해 주행거리 향상 등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사는 기존 12V 납축 배터리와 결합해 탑재할 수 있는 '듀얼 배터리 시스템' 개발도 병행한다.
이 시스템은 일반 자동차의 회생제동 시스템에 적용돼 획기적인 연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포드의 오토 스타트-스탑 시스템과 연계할 경우 정차 후 재출발 시 자동차 엔진을 대신해 각종 첨단 전장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삼성SDI 미주법인 마이크 오설리번 상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경량성을 가져 전기차용으로 최적화돼 있다"며 "삼성SDI의 세계 1위 배터리 기술력이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한 층 개선할 뿐 아니라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은 삼성그룹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다. 삼성SDI는 지난 2009년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인 BMW를 시작으로 미국의 크라이슬러(2010), 인도의 마힌드라(2011) 등과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사업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도 지난해 10월 '2015년 자동차용 배터리 매출 1조원 달성' 목표를 내건 데 이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전자동차용 배터리 시장 1위에 오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초기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삼성SDI의 60Ah(암페어)급 배터리를 탑재한 BMW i3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 이후 뜨거운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출시 예정인 고성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BMW i8 역시 초도 주문량이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삼성SDI의 배터리의 우수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전기차 개발 컨소시엄(USABC)과 공동으로 차세대 전기 자동차용 전지를 개발에 착수했다. USABC는 미국 에너지국과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3사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할 고성능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와의 공급 협상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산시성 정부·안경환신그룹과 중국 현지 배터리공장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SDI는 이번 달까지 환신과 산시성 내 국유기업 한 곳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이후 5년간 약 6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해 이 곳을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기차용 배터리는 내장재가 중요하기 때문에 합병을 앞둔 제일모직이 보유한 배터리 분리막 기술 등도 향후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