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vs 지사 설립,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엇갈린 ‘게임’ 행보

2014-05-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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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발 글로벌 IT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5억달러라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CJ게임즈의 3대주주로 올라선 텐센트와 달리 알리바바는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파티게임즈, 네시삼십삼분과 같은 강소게임사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모두 뛰어난 한국산 모바일게임을 확보해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 공급, 자사 영향력 확대 및 수익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부분에서는 동일한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인 전략 수립에서는 일정 부분 상충되는 행보까지 보이고 있어 한국 시장을 둔 두 글로벌 IT 공룡간의 경쟁에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텐센트 - 거인과 손잡고 글로벌 공략
알리바바보다 한 발 앞서 한국 게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텐센트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라인업 확보를 통해 중국 및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IT 기업, 특히 게임사들이 한국 시장을 공략할 때 일반적으로 지사 설립을 선택한 것과 달리 텐센트가 5억달러 투자라는 과감한 행보를 결정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먼저 CJ게임즈라는 대기업과의 협력으로 다수의 라인업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3월 26일 CJ게임즈에 5억달러(약 5300억원)을 투자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선 텐센트는 ‘몬스터 길들이기’, ‘모두의 마블’ 등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CJ E&M 넷마블의 에이스 타이틀 확보에 성공했다.

양사의 적극적인 협력 관계로 볼때 향후 텐센트는 넷마블의 인기 게임들을 대거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넷마블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넷마블과 텐센트의 협력 전선은 대다수의 한국산 모바일게임들이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대표적인 파이프 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CJ E&M 방준혁 고문(왼쪽)과 텐센트 그룹 마크런 사업 총괄]


두 번째는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지사의 의미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텐센트는 텐센트 코리아라는 별도의 한국 지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5억달러 투자의 경우 텐센트 그룹 사업 총괄 사장인 마크 런과 CJ E&M 방준혁 고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공룡과 거인의 연합으로 불리는 양사의 협력관계가 그룹 수뇌부간의 직접적인 소통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알리바바 - 한국 지사 통해 강소게임사 ‘유혹’
반면, 알리바바의 한국 시장 공략 전술은 전통적인 지사 설립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알리바바는 지난 4월에 가칭 알리바바 게임 코리아라는 한국 지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초대 지사장에는 텐센트 코리아에서 모바일게임 사업을 총괄한바 있는 황매영 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텐센트를 압도할만큼 성장한 알리바바가 M&A나 지분 투자가 아닌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지사 설립을 택한 것은 텐센트와의 차별화를 통해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와 믿을만한 ‘중국통’을 보유했다는 자신감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지사 설립 이후 파티게임즈와 네시삼십삼분 등 떠오르는 강소게임사들과 손을 잡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양사 모두 뛰어난 개발력과 퍼블리싱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파티게임즈의 경우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했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알리바바 게임 코리아(가칭) 박순우 총괄(왼쪽)과 파티게임즈 이대형 대표]


네시삼십삼분 역시 퍼블리싱 신작 ‘블레이드’가 모바일게임 전체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텐센트-넷마블의 연합전선 못지 않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 게임 코리아의 해외 사업 전반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진 박순우 총괄도 관심의 대상이다. 한빛소프트 제직 시절 ‘오디션’ 등을 중국에 수출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박순우 총괄은 중국의 대표적인 게임사인 더나인의 한국 지사장을 맡는 등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힌다. 지사 설립을 선택한 이상 박순우 총괄의 역량이 알리바바의 한국 시장 공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엇갈리는 행보, 흥행 선점이 변수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전략은 헛갈린 행보만큼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먼저 전문가들은 텐센트의 전략에 대해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평가한다. 다수의 1000만 다운로드 게임을 보유한 넷마블이 이를 기반으로 국내 모바일게임을 석권한 것처럼 텐센트가 넷마블의 라인업을 통해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경우 막대한 수익 확보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흥행 전선의 먹구름이 낀다면 5억달러의 투자금이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전략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강소게임사 및 숨겨진 스타트업의 ‘로또’와도 같은 게임들을 발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넷마블과 텐센트로 연결되는, 브랜드 파워와 시장 점유율 면에서 압도적인, 안정적인 서비스 창구를 능가할 이렇다할 실적이나 명문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한국 모바일게임을 둔 경쟁은 누가 먼저 자신들이 확보한 게임을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키느냐에 달렸다”며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양사의 구제적인 수익 배분 정책 또한 실무 단계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선택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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