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순영 기자=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 나이지리아 피랍소녀들 영상 29일 만에 공개…피랍소녀들 영상공개 이유 “형제들을 풀어 주지 않으면 우리도 이들을 풀어 주지 않겠다”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에 납치된 나이지리아 피랍 소녀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피랍 이후 29일 만에 공개됐다.
또 공개된 영상에서 한 피랍 소녀는 인터뷰에서 무표정하게 자신이 원래 기독교였으나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녀는 위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개된 영상 속 피랍 소녀들 중에 몸에 상처가 난 이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군복을 입고 자동소총을 든 셰카우는 “5년 동안 우리 형제들이 감옥에 갇혀 있다”면서 “형제들을 풀어 주지 않으면 우리도 이들을 풀어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보코하람이 협상을 위한 첫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영상이 찍힌 장소나 시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보코하람의 수감자와의 교환 제안을 거부했다.
CNN은 당시 납치됐다 가까스로 탈출한 소녀들의 고통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한 소녀는 CNN에 “그들 트럭에 실렸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면서 “무작정 숲 속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고 울먹였다.
보코하람은 지난달 14일 보르노주 치복시의 공립 여자중등학교에 난입해 학생 276명을 납치했으며, 이 중 53명만 탈출에 성공했다.
치복시는 기독교인이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 ‘기독교와 서양교육은 죄악’이라고 주장하는 보코하람의 타깃이 돼 왔다.
2009년부터 잔인한 테러집단으로 변질된 보코하람은 올해 들어서만 1500여명의 민간인을 죽였고, 수차례에 걸쳐 기독교 학교를 급습해 학생들을 살해하고 여학생들을 납치했다.
이번에 납치된 276명 중 130여명이 비디오에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이 단체는 납치 여학생들을 몇 개 그룹으로 나눠서 감금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학생들의 구출 작전을 지원하는 미국·영국 등은 보코하람의 근거지이자 학생들의 억류지로 추정되는 삼비사 숲을 정밀 수색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소녀들의 구출을 위한 지원의 손길을 잇따라 내밀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수색 지원을 약속했다.
프랑스는 오는 17일 파리에서 이번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한 ‘서아프리카 안보정상회의’를 갖자고 나이지리아 인접국가들에 제안했으며, 미국과 영국에도 대표단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