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한국과 중국의 금융협력을 위해서는 원화와 위안화의 직거래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익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9일 이 연구소와 중국 교통은행이 주최한 위안화 국제화와 한·중 금융협력 포럼 발표를 통해 "원·위안 직거래로 양국 통화 결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청 및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출 결제통화 비중은 달러가 85.2%를 차지하고, 수입 결제통화 비중 역시 달러가 84.3%로 압도적이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지난달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세부추진과제로 '원ㆍ위안 직거래시장 개설 추진'을 포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원ㆍ위안 직거래시장이 개설된다면 양국 통화의 무역결제 활용도가 높아져 위기대응능력도 크게 제고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특히 현재 한ㆍ중 양국 모두 경제규모 및 무역량에 비해 외환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왜소한만큼 양국간의 통화협력으로 자국 통화의 국제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화와 위안화 직거래에 대한 정책적 유인은 과거 원·엔 직거래 시장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엔 직거래 시장은 유동성 부족에 따른 매입·매도 스프레드 확대로 실패했다"며 "이를 교훈으로 삼아 시장 조성과 정책 유인 제공으로 마중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른 향후 협력 과제로는 한·중 금융기관의 해외 공동 진출, 양국 금융기관의 상호 진출 확대, 양국 정책당국간 협의채널과 민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다만 양국의 금융 통합은 시장의 동조화에 따른 리스크 전이 위험이 있고, 투기성 자금 유출입과 '차이나 머니' 유입에 대한 양국의 경계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안 연구위원은 "최근 위안화의 위상 강화에 대응해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위안화 역외 허브 육성을 위해 노력 중이며 그 일환으로 직거래 시장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위안화 허브를 위해서는 직거래시장의 개설 뿐 아니라 위안화 결제망, 위안화 표시 증권의 발행, 유통 여건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엔펑(殷劍峰)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장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경상수지가 지속적인 흑자 기조여서 위안화의 지속적인 대량 유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본수지에서도 위안화가 재유입될 수 있는 성숙한 자본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특히 채권시장이 이를 흡수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개방이 필요하고, 이에 맞춰 국내 금융 개혁과 환율 형성 메커니즘의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