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김점선 씨는 이제껏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겉모습은 터프하지만 속은 말랑말랑하고 여리다."(장영희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에서)
“장영희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제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다. 나는 그래서도 좋아한다. 부러워한다. 의존한다. 때때로 나는 그의 지식에 의존하고 싶어한다. (…) 내가 볼 때 장영희의 소아마비는 의도된 장치다. 멈추어라! 밖에 나가서 허둥지둥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김점선 스타일 1> 중에서)
서강대 영미어문 영어문화학부 장영희 교수와 화가 김점선은 생전 '문학'을 벗삼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지낸 친구였다.
'웃는 말'이 트레이드마크인 김점선 화백은 2009년 3월 22일 타계했고, 장영희 교수는 김 화백의 49재날인 5월 9일 별세했다.
둘다 암에 걸렸지만 주어진 생을 열정적으로 살아냈다. 병마조차 그들의 활기와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장영희 교수는 투병을 하면서도 영어 교과서 집필을 이어갔고, 병상에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완성 원고를 마무리해 넘겼다. 김점선 화백 또한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했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 자신의 지난 삶을 담은 책 <점선뎐>을 세상에 내보냈다.
장영희 교수는 “암을 경험하고 보니 호두껍질처럼 닫혀 있던 작은 구멍이 뚫려,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람들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했고, 김점선 화백은 자신의 몸속에 생긴 암 덩어리를 '앎'이라 표현했다. 반항과 저항으로 점철된 자신의 생을 바라볼 때 "내 몸이 '앎'이 생겨난 것은 내 몸이 정신과 일치한다는 증표”라고 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붓과 펜을 놓지 않았던 두 사람의 에너지를 다시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대학로 샘터 갤러리는 김점선 화백과 장영희 교수의 5주기를 맞아 ‘다시, 봄’이라는 제목으로 '영희와 점선'전을 연다. 5주기를 맞아 출간되는 고 장영희 교수의 책 <다시, 봄-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을 제목을 따왔다.
5월 1일 펼치는 이번 전시는 장영희 교수의 글과 김점선 화백이 글이 생생하게 어우러진다.
샘터갤러리 옥은숙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장영희와 김점선이 하늘나라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다. 이들의 봄 편지를 통해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느껴볼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02)3675-3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