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시신이라도 온전히 돌아오길"… 분노가 체념으로

2014-04-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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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장봉현ㆍ강승훈 기자 =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일주일째를 지나면서 사고 가족들의 분노는 점차 체념으로 변하고 있다.

22일 사고 해역 인근으로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군 팽목항. 기약 없는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뜬눈으로 또 하루를 맞이했다.
민관군이 합동으로 수색에 나섰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학생들의 시신이 무더기 인양됐다는 소식에 순간적으로 술렁거렸다. 혹시나 했던 기대가 또 한번 무너진 것이다.

정부의 사망자 신원 발표와 인상 착의 설명에 사고 가족들은 숨소리마저 죽였다. 잠시 뒤 자식임을 안 유족은 "우리 이쁜 새끼가 왜 이렇게 돌아왔냐"며 땅 바닥을 치고 통곡했다.

아직 시신조차 못 찾은 이들도 고개를 떨구었다. 

사고를 당한 가족들은 이제 현실적으로 실종자들의 생존은 어렵다고 판단한 듯 "시신이라도 빨리 찾고 싶다"는 심정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침몰 초기 보다는 한층 차분해진 분위기가 전해진다. 며칠 전 비통함과 분노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딸의 생사를 아직 모른다는 A씨는 "한동안은 너무 울어서 실신하기도 했다. 몸과 마음 무엇하나 챙길 겨를이 없었는데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진도 실내체육관도 많이 진정됐다. 수습하는 시신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빈 공간이 늘어갔다. 큰 슬픔에 빠졌던 가족들도 이제는 눈물이 다 말랐는지 간간히 여기저기서 흐느낌만 들린다.

정오께 목포 한국병원 장례식장에는 시신 4구가 구급차에 실려 10분 간격으로 들어왔다. 이른 오전 바다에서 인양된 고인들이다.

곧 구급차의 뒤쪽 문이 열리자 하얀 천에 싸인 시신 곁으로 사고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는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한 어머니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제발, 내 딸이 아니길…."

누가 들을까 최대한 작게 혼잣말을 내뱉은 이 어머니는 장례식장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사고 해역에서 발견된 시신은 진도 팽목항으로 옮겨져 검시팀의 1차 검안 및 유족 확인을 거쳐 1시간가량 떨어진 이곳 안치실(부검실)에서 재차 정밀검사를 받는다.

이 과정을 통해 사망원인과 신원이 최종 확정된다. 더불어 진도 실내체육관에 유족이 있을 땐 이런 사실을 알려 병원으로 이동하도록 한다.

장례식장 내부는 사고 가족 대기실과 임시분향소가 마련됐다.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취재진의 출입은 철저하게 막았다.

이곳 장례식장에는 사고 직후인 지난 16~17일 8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보내졌고, 이날 추가로 들어왔다. 낮 12시 10분 가장 먼저 도착한 시신은 키가 160㎝ 전후로 보였다. 언뜻 보기에도 학생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병원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단원고 여학생으로 밝혀졌다. 다시 10분 간격으로 장례식장 문을 들어선 시신들도 역시 수학여행 길에 올랐다가 평생 부모 곁에서 떠난 단원고교 학생들로 파악됐다.

"아니었으면 했는데… 잠시만 기다리세요, 다시 볼게요."

꽃다운 나이에 그 꽃봉오리를 피워 보지도 못한 자녀의 차가운 시신을 어루만지던 한 어머니는 결국 오열했다. 절대로 믿을 수 없다고 끊임없이 되새겼지만, 부정하기 힘든 현실에 멀리 하늘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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