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병욱 기자 = 정치권이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이번 사고를 예방하거나 대처하는 데 필요했을 법안들은 국회에 줄줄이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월호와 같은 선박의 안전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 다수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생 법안 처리를 지연시킨 ‘사후약방문’식 국회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세월호와 같은 선박의 안전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 다수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생 법안 처리를 지연시킨 ‘사후약방문’식 국회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선박 관련 법안 발의건수는 19대 국회 들어 22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 3월 대표발의한 ‘내수면 선박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이번 사고 예방책으로 ‘안성맞춤’이었지만 아직 해당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 법안은 선박 소유주의 종사자 교육 및 훈련을 의무화하고, 선박사고 발생 시 선박 운항자에 대해 인명구조 의무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 동시에 관할 단체장에 사고 사실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세월호 선장이 보여줬던 승객 구조를 뒤로한 채 가장 먼저 탈출하는 모습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한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내놓은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안’은 항구에 출입하는 선박에 교통관제를 실시하고, 선박은 이 관제통신을 의무적으로 청취하게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출항 직후 사고가 발생한 세월호가 보다 효과적인 초기 대응을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범위를 18대 국회까지 확대하면 2011년 8월 당시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발의한 ‘해사안전법 일부법률개정안’은 해양에서 효율적 안전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해양교통공단’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당시 국토해양위에서 폐기됐다.
재난상황 시 긴급구조 활동 자원봉사자에 대해 훈장 또는 포상을 수여하거나(당시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 대표발의), 재난 피해자를 위한 상담 및 치료비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당시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 대표발의) 내용을 골자로 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18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번 사고 발생 직후 여야는 사고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적‧제도적 논의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은 총리실 산하 ‘국가재난안전관리처’나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 총괄기구 등 일원화된 기관의 설치를 주장하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안전불감증 예방을 위해 느슨해졌던 안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때와 마찬가지로 대형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태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