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삼성화재를 비롯한 3개 손해보험사가 지난 5년간 사외이사 소속 대학에 14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손보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은 2010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사외이사가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에 총 14억5300만원을 기부했다.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곳은 한화손보로 김수욱 사외이사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대에 법학관 건립공사 지원 명목으로 10억원을 전달했다.
한화생명(25억원), ㈜한화(5억원), 한화케미칼(5억원), 한화투자증권(5억원)의 기부금까지 합치면 한화그룹 계열사가 서울대에 몰아준 기부금 총액은 50억원에 달한다.
삼성화재는 윤영철, 신동엽 사외이사가 각각 언론홍보영상학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연세대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건물 및 시설 보수 지원금 3억원을 기부했다.
LIG손보 역시 김윤신 사외이사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양대에 배구선수 입단에 따른 지원금 6300만원, 김헌수 사외이사가 금융보험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순천향대에 임상의학연구소 연구활동 지원금 9000만원 등 총 1억5300만원을 전달했다.
이들 손보사의 기부금 내역에는 영업상의 목적으로 제공한 기부금은 제외돼 있어 실제 기부금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손보사들의 기부 행태가 사외이사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상당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때마다 무더기로 찬성표를 던져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배경 중 한 가지가 바로 이런 기부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삼성화재가 이사회,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7개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은 단 한건도 없었다.
개회시간만 봐도 감사위원회 오전 10시, 리스크관리위원회 10시 20분, 이사회 오전 11시로 모든 안건을 의결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여에 불과했다.
한화손보와 LIG손보 역시 같은달 각각 13개, 16개 안건을 사외이사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기부금이 사외이사 소속 단과대학이나 전공 관련 지원에 직접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 만큼 개인을 위한 특혜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면서도 “사외이사 소속 비영리법인에 대한 기부는 결국 고객의 돈으로 이뤄지는 만큼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