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최진혁이 변했다. 그동안 입었던 카리스마를 벗고 귀여움을 입은 것이다. 최진혁은 최근 종영한 tvN '응급남녀'에서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내려놓을 수 있는 어린 아이 같은 오창민을 만나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사이즈로 재단했다.
'도전'에는 기회비용이 수반된다고 했던가. 일각에서는 최진혁의 변신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상남자에서 철부지 남자로 변신한 그의 도전이 어딘가 불편하다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최진혁은 "하고 싶었던 역할, 기다렸던 역할"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보시는 분들은 당황하셨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저는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에요. 그동안 무거운 캐릭터만 연기해서 그런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응급남녀'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이거다' 했죠. 너무 찌질한 캐릭터라서 놀랐다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오창민을 욕하는 분들을 보고 놀랐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응급남녀'는 케이블 드라마 사상 유례없는 결과를 낳았다. 평균 시청률 5%(닐슨코리아 기준)는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하는 수치였고, 1회 연장이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낳았다. tvN이 탄생시킨 명실상부 최고 드라마였다.
그 중심에는 최진혁이 있었다. 평균 3시간이라는 악마의 수면시간, 길고 어려운 대사, 그리고 B형 인플루엔자의 습격에도 길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았다. 그 결과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의 몰입도는 높아졌고, 송지효의 로맨스를 응원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응급남녀'에서 최진혁은 '중심'을 차지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죠.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간 경험... 처음이었어요. 어느 현장도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중간에는 정말 도망가고 싶은 충동까지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열정'이었던 것 같아요. 현장 스태프나 배우들 모두가 하나 돼서 똘똘 뭉치니까 할 수 없는 게 없더라고요."
"사실 제작진에 속았어요. 하하. 완전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했거든요. 이렇게 의학 용어가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5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로맨스에 집중할 거라고 해서 '도전'한 거였는데... 제가 완전히 속았죠. 하하."
지난 몇 개월간 오창민으로 살면서 '연애'나 '사랑', '결혼'이나 '이혼'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결혼하더라도 습관처럼 이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최진혁은 생각이 많았다.
"사실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정말 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언제 들까요. 그런 면에서 후회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요. '응급남녀'처럼 이혼 남녀도 너무 많죠. 제 주위에도 있는걸요. 사실, 이혼까지 가면 안 되죠."
"오창민이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도 있어요. 실제 저는 연애할 때 그렇게 싸워본 적이 없거든요. 오진희(송지효)와 매일 싸웠잖아요. 그런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현장에서는 너무 무섭게 몰아붙이면 무서워 보일까 봐 장난을 섞어서 싸웠어요. 하하."
최진혁은 '응급남녀'의 결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오창민과 오진희가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그 안에서도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제작진의 노고가 눈에 보인다면서. "신선하지 않아요? 마지막 방송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난 시간을 회상하면서 끝이 났어요. 다른 멜로드라마처럼 결혼하면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해요."
최진혁은 스스로의 연기 인생을 두고 '구가의 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지금까지 만났던 캐릭터가 모두 최고였고, 함께 일했던 동료 배우 스태프를 만나면서 자신의 '인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모두 '똑똑한' 최진혁에게 예고된 행보였으리라. 군입대 전 시청자와 조금 더 만나고 싶다는 최진혁이 입을 다음 캐릭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