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꼬리 자르기 수사에 이어 책임도 꼬리 자르기 행태냐”며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와 특검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련 김한길 공동대표는 15일 검찰의 국정원 간첩증거조작 의혹사건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몸통은 손도 못 대고 깃털만 뽑았다"며 특검 도입과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문책인사를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고 평가하며 남 국정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는 데 차단막을 쳤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여당이 선거에 불리한 상황이므로 정보기관 수장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수긍할 수 없다"며 "선거용 국면 돌파에 남 원장을 활용하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14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대공수사처장(3급) 등 국가정보원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명을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했다.
국정원 이모(54·3급) 대공수사처장의 지시 내지 묵인 아래 권모(50·4급) 과장과 기획담당 김모(47·4급·구속기소) 과장 등이 실무를 주도하고 이인철(48·4급)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 교민담당 영사가 가담하는 형식으로 증거조작이 진행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남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증거위조 지시나 개입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 사건 수사 또는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 2명에 대해선 증거위조를 인지하거나 관여한 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난 만큼 대통령으로서 담당기관인 국정원의 '불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 서 차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증거조작 논란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검찰은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따른 조치라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치로 사태를 빨리 일단락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남 원장에 대한 책임론에도 쐐기를 박아 남 원장의 거취를 거론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향후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국정원 내부의 제도 및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인적 쇄신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