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의 약화 속에서도 렌탈시장만큼은 줄곧 업계의 관심과 소비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기업이 이끌어 오던 렌탈시장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까지 차별화를 내세워 진출하는 등 품목의 확대 및 다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27일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내 렌탈 시장 규모(렌터카 제외)는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6년 3조원에 불과했던 렌탈 시장은 2008년 4조 5000억원을 달성한 이후 5년만에 두 배 넘게 껑충 뛴 셈이다. 10조원이면 국내 게임시장과 맞먹는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실속있게 빌려쓰는 '쉐어링'과 관련한 소비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업계 전반적인 파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내 렌탈시장은 유통업체 등 주로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많은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IMF 시대를 거치며 렌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정수기ㆍ비데ㆍ공기청정기 등 소위 '1세대 렌탈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후 사무가구와 주방 후드 등 기업의 수요와 요구조건에 부합한 렌탈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이들 제품은 초기 구입부담이 적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에 빠르게 연착륙했다. 필터교환이나 청소 등에 들어가는 사후관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고 일정기간 사용 후에는 해당제품의 소유권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중견ㆍ중소기업들이 렌탈 사업에 잇따라 진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먼저 렌탈상품 판매에 적극적인 홈쇼핑 진출에 공을 들였다.
실제로 현대홈쇼핑과 GS샵 등은 지난해 렌탈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급증하며 이른바 '효자상품'으로 급부상하자, 기존 렌탈상품 외 보일러ㆍ디지털피아노ㆍ흙침대 등으로 상품군을 다양화했다.
중견ㆍ중소기업의 렌탈 시장 진출은 B2C위주였던 렌탈시장 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B2B, C2C 등 틈새시장만을 공략하는 업체들이 생겨난 것.
대기환경관리 전문기업인 에어릭스는 최근 업계 최초로 집진기 렌탈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높은 투자비용으로 집진설비 구축이 어려웠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집진 설비 제작과 설계에서부터 유지와 보수 등 관리서비스까지 제공한다. 5년 간 유지관리비만 납부하면 이후 해당업체가 관련설비의 소유권도 넘겨받도록 해 부담을 대폭 줄였다.
다우기술은 지난해 비용절감과 최신기술 도입을 원하는 업체들을 겨냥해 자사의 스팸메일차단솔류션을 월임대료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렌탈판매를 시작해 호응을 얻었다.
렌탈 전문 온라인 오픈마켓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 오픈마켓에서는 가전기기, 유아용품 등은 물론 각종 서비스까지 거래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렌탈시장은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 오래전에 자리잡았다. 남이 쓰던 물건이라는 거부감 해소와 경제적인 이유, 소유가 아닌 공유가치에 대한 인정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면서 국내 시장 역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