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아니면 안 된다고?… 정도전, 기황후·수백향에 시원한 일침

2014-03-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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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기황후', '제왕의 딸, 수백향' [사진제공=KBS . MBC]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사료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만든 정통 사극, 역사적 기록을 재해석한 픽션 사극. 시청자의 선택은 무엇일까.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 속에서도 시청률 경신하며 인기를 끄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사실에 입각한 역사드라마라는 호평에도 시청자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한 작품이 있어 왔다. 현재 방송 중인 세 편의 사극 MBC '기황후'와 '제왕의 딸, 수백향'(이하 '수백향'), 그리고 KBS1 '정도전' 사이에도 역사적 사실이냐 허구냐를 놓고 갈등이 존재한다.

'기황후'는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원제국의 지배자로 군림한 고려 여인 기승냥의 사랑과 투쟁을 소재로 삼았는데, 원나라의 황후가 고려 출신 여인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모두 허구다. 드라마적 상상력을 넘어, 악행과 패륜을 일삼은 폭군으로 평가받고 있는 고려 28대 충혜왕을 카리스마 넘치는 국왕으로 그리면서 역사왜곡 논란이 점화됐다. 논란이 가중되자 제작진은 방영 직전 주진모가 맡은 충혜왕을 '가상의 인물' 왕유로 변경했다.

'수백향' 역시 픽션 사극을 표방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 제24대 인현왕의 공주 수백향을 백제 무령왕의 공주로 설정하는가 하면, 무령왕의 아들인 성왕을 동성왕이 낳은 아들로 둔갑시켰다.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설정을 임의로 남발했다.

역사적 고증을 포기한 두 작품을 두고 일각에서는 불청 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역사학자들의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28일 첫 방송에서 11.1%(닐슨코리아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한 '기황후'는 방송 넉 달 만에 25%를 돌파했다. '수백향' 역시 7.5%로 출발해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4일 방송을 시작한 '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격동기를 배경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려는 사람들과 오늘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이라는 '신(新) 문물'을 기획한 정도전(조재현)을 중심으로, 전장보다 살벌한 정치의 현장에서 혁명의 길을 간 인간의 고뇌와 갈등이 3부로 기획됐다. 1부 정도전의 유배기, 2부 정도전과 이성계의 급진파 규합, 3부 조선건국 후 정도전이 이방원 (안재모 분) 손에 죽는 과정으로 펼쳐지는데, 그 바탕에는 철저한 고증이 있다. 시청률이 보장되는 픽션 드라마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정도전'은 정통사극의 메커니즘을 차용하면서도 긴장감을 더한 연출로 극적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시청률도 만족스럽다. 평균 시청률이 12%, 픽션 사극 '수백향'과 비슷하다.

매주 일요일 방송분에 분리된 꼭지로 삽입되는 '짧은 다큐멘터리'도 인상적이다. 드라마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사건에 대한 해설, 극중 실존 인물들이나 주요 사건 소개로 구성된다. 고증에 기반한 드라마 내러티브와 더불어 역사를 보는 눈을 심어 주는 정통대하사극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연출을 맡고 있는 강병택 PD는 "정통 드라마가 퓨전 드라마보다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작은 부분 하나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최대한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드라마의 재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존재 이유다.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당위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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