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윤 감독 “박철민 없었으면 ‘또 하나의 약속’도 없었을 것”

2014-0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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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 내 표현의 자유가 한 발 나아간 사건, 한국 영화계에서 이례적인 일.”

지난해 10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분을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된 영화 ‘또 하나의 약속’(감독 김태윤·제작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 에이트볼픽쳐스)을 본 외신의 반응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여전히 진행 중인 사실에 근거한 진정 의미 있는 영화”라고 보도했다.

‘또 하나의 약속’은 매우 민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3월 6일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 고(故)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대학병원 외래 진료 후 귀가하던 중, 아버지 황상기 씨의 개인택시 안에서였다.

택시 운전 밖에는 몰랐던 황상기 씨는 인생을 건 재판에 뛰어들었다. 반도체 원판을 화학물질 혼합물에 담갔다 빼는 작업 환경에서 병을 얻었다고 믿었고 회사에 딸과 같은 병을 얻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2011년 6월 23일, 황상기 씨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산재 인정을 받았다.

최근 아주경제신문사에서 만난 김태윤 감독은 ‘또 하나의 약속’을 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했던 싸움에서 계란이 바위를 이기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이형석 기자]

“황상기 아버님이 행정소송에서 승소를 하신 날, 기사가 몇 군데에서 났었어요. 몇 군데요. 예전부터 고인이 일한 공정에서 백혈병 환자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는 있었지만 소송에서 이길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계란으로 바위치기 잖아요. 그런데 계란이 바위를 이기는 모습을 보고 그 때부터 그 사건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했죠. 어떻게 이겼을까.”

김태윤 감독은 곧바로 속초로 달려갔다. 황상기 씨는 흔쾌히 취재에 응했고, 김태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8개월간 조사를 거듭했다. 공부도 많이 했다. 작업 환경 중 무엇이 문제인지, 생소하기 짝이 없는 약품들의 이름, 법률 용어들까지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든 뒤 시나리오에 녹여내기 시작했다고.

“팩트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각색을 하는데 더욱 애를 먹었다”는 김 감독은 “어떤 분들은 쉽게 썼다고 생각하시는데 영화로서 클라이막스를 만들어야 했기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회상했다.

작업을 끝낸 시나리오는 주인공을 찾기 시작했다. 부성애가 넘치는 주인공 황상기 씨가 가장 중요했을 터. 배우 박철민이 흔쾌히 캐스팅 제안을 수락하면서 영화 제작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순도 100% 크라우드 펀딩과 제작두레로 제작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김 감독은 “박철민 배우가 없었으면 만들 수 없는 영화”라고 말했다.
 

[사진=이형석 기자]

“(박)철민이 형이 ‘또 하나의 약속’에 출연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제작두레도 될 수 있었죠.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해준거죠. 철민이 형 이름을 보고 투자하신 분들도 많았어요.”

박철민에 대한 고마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감독은 “형이 출연료를 못받겠다고 하더라. 형수하고 상의를 했다는데 영화 지분도 기부하겠다는 말을 했더니 ‘당신이 철든 생각할 때도 있네’라면서 칭찬했다더라. 정말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도와주신 분들을 위해서 영화가 꼭 흥행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철민(상구 역)이 황상기 씨를, 김규리(난주 역)는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노무사를 연기했다. 윤유선(정임 역)이 엄마로 열연했으며 박희정(윤미 역)이 고인을 연기해 삭발을 감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신인 유세형(윤석 역)이 피해자의 동생 역을 맡았으며, 이경영(교익 역), 정진영(판사 역) 등이 출연했다. 투자와 배급 등에 어려움을 겪어 제작두레에서 개봉두레까지 100%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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