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이 지난 19일 방송분에서 43.9%(닐슨코리아 기준, 이하 동일)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오만석을 최근 서울 삼성동 커피숍에서 만났다.
오만석은 은미란(이윤경)과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구는 허세달 역을 맡아 시청자의 분노를 샀다. 은미란에 빠져 조강지처 왕호박(이태란)을 버리고 도망가더니, 결국 은미란에게도 버림받고 왕호박에게 돌아와 전업주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2013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내 딸 서영이'의 47.6%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큰 인기에 내가 그만큼 잘하고 있나 걱정되면서도 설레요. 결과가 좋은 드라마의 일원이 되었다는 건 뿌듯한 일이네요, '국민드라마'라는 호칭을 얻은 작품은 데뷔 이후 처음이거든요."
선택에 있어 후회는 없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생각보다 무섭다. 전국 어디를 가도 알아보는 팬들의 사랑에 감사하면서도 허세달을 다그칠 때면 새삼 당황하는 것도 사실이다.
"시청률이 높은 만큼 욕도 엄청나게 먹고 있어요. 가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을 정도로요. 심지어는 욕을 하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손가락질을 하며 '허세달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분들을 마주치면 당혹스럽기는 해요(웃음). 왕호박한테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렇다면 오만석, 보기 드물게 뼛속까지 뻔뻔한 불륜남 허세달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 배우 오만석이 아닌 한 명의 시청자로 돌아가면 손가락질이 나온다는 허세달을 옹호하기보다는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의 당위성을 찾으려 노력했단다.
"대본이 나오면 저도 같이 욕해요.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제가 맡은 인물이잖아요. 허세달이 그럴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스스로 찾아요. 그렇게 연기해 놓고도 방송 모니터할 때는 시청자로 봐요. 허세달은 맞아야 합니다, 하하하."
사도세자(드라마 '무사 백동수'), 내시(드라마 '왕과 나'), 킬러(영화 '수') 같은 무거운 역할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해 온 오만석. 말투와 행동, 눈빛까지도 카리스마로 무장해야 했기에 작품에 청량감을 주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존재했다.
"허세달 같은 캐릭터를 해 보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한을 풀었죠. 까불거리는 성격의 캐릭터, 무작정 내뱉고 보는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동안 하지 못했던 걸 원 없이 다했어요.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조금 더 실감나게 연기하지못 한 것 같아 아쉬울 정도예요."
지난 6개월 동안 허세달로 살아오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냈기 때문에 종영 후유증이 어느 때보다 클 것 같다는 오만석의 빠른 회복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