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사상 초유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이틀째 은행과 카드사 영업점은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일부에서는 카드 재발급 이외의 업무로 영업점을 찾았다가 업무지연으로 불만을 터트리거나 발길을 돌린 고객들도 있었다.
21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 1층의 롯데카드센터는 1000여명이 몰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좁은 센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고객들은 그 주변을 둘러싸고 기다렸다.
50대의 한 여성은 “3일이나 기다리라는 게 말이 되냐”며 “고객이 호구라는 소리”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백화점 개점시간인 오전 10시 30분 이전부터 기다렸던 한 고객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중년 여성은 “백화점 문열기 전부터 기다렸는데 아직도 내 순서는 멀었다”며 “점심도 굶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후 1시가 넘어가자 번호표 발급기가 과부하로 고장이 나버렸다. 일부 고객들이 “번호표도 못받으면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거냐”는 항의가 이어졌다. 한 직원은 “오늘 중으로는 번호표를 발급받은 분들도 창구 업무를 보시지 못할 수 있으니 댁에서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설을 맞아 선물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하려는 고객들도 간혹 있었지만 발길을 돌렸다. 직원은 “재발급 업무로 센터에서는 상품권을 구매하실 수 없다”며 “1층 신관 정문 앞 상품권 판매소를 이용해달라”고 안내했다.
롯데카드에 비해 영업점이 많은 국민카드와 농협카드는 그나마 덜 붐볐다. 그러나 평일 오전치고는 대기고객이 많았다.
오전 10시 20분. 국민은행 남대문지점은 카드를 재발급받으려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시각 대기 인수는 33명. 예상 시간을 묻자 안내 직원은 “대기표만 받고 그냥 가시는 분도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시면 안내해 드리겠다”며 요구르트를 건넸다.
또 다른 직원은 대기표를 손에 든 고객들에게 국민카드 회원가입신청서와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나눠줬다. 그는 “다른 카드사와 달리 카드번호, 비밀번호, 카드유효기간, CVC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며 “그래도 불안하시면 서류를 미리 작성하셔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화통화를 하던 한 중년 남성은 “이거 뭐 신용등급까지 다털렸다”며 “자동이체 계좌 바꾸는게 귀찮긴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명동지점은 좀더 붐볐다. 12시 점심시간이 되자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방문이 늘었다. 1층이 카드 재발급 고객으로 가득차자 한 직원이 “입ㆍ출급 업무를 보실 고객께서는 2층으로 올라가시면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본래 이 지점의 2층은 가계대출ㆍ기업금융ㆍ외국환ㆍ환전업무만 하던 곳이다. 통장을 든 30대 후반의 여성이 “진작에 알려주지 그랬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맞은 편 농협은행 명동지점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번호표를 뽑아든 고객들은 허탈해했다. 12시 30분 기준 예상 대기시간은 102분이었다.
30대 여성 고객이 “고객입장에서는 정보가 털려 긴급한 상황인데 창구를 늘리던지 해야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항의하자 직원은 “현재 전직원이 가동 중이지만 점심시간이라 더 몰렸다”며 사과했다. 이 은행 역시 2층은 여신ㆍ외환 업무만 담당했지만, 신용카드에 한해 재발급 업무를 나눠서 진행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가자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지점장은 “영업이 끝나도 4시 30분 정도까지는 해드리니 그때 재방문하시면 재발급 업무를 도와드리겠다”고 안내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카드사 정보유출관련 자료에 따르면 정보유출 조회를 개시한 지난 19일부터 이날 낮 12시까지 3개 카드사의 정보유출 조회건수는 646만5000건이다. 카드 재발급 및 해지요청 건수는 115만건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