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최근 정부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하 제2차 에기본)을 통해 오는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재(26.4%)보다 높은 29%로 확정지었다. 이는 지난 10월 민관워킹그룹이 정부에 권고한 원전 비중 범위 22∼29%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선택한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원전의 비중을 확대하기로 한 데는 매년 전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원전을 대체할 만한 경제성 있는 전기생산 수단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원전비중 축소시 전기요금 상승 불가피…석유생산 피크 시점도 다가오고 있어
전문가들은 원전비중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원전이 타 발전원에 비해 가격경쟁력 면에서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력원별 kWh당 평균 판매가격은 원자력의 경우 발전소 건설과 해체비용,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포함해 39원이다. 반면, 석탄의 전력 판매단가는 66원, LNG 210원, 석유 253원, 태양광은 무려 599원에 달했다.
이처럼 LNG나 석유 등 판매단가가 높은 전력원 비중이 높아지면 전기요금이 상승되며,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한 산업경쟁력 약화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에너지원이 풍부한 독일의 경우에도 탈원전 바람으로 전기요금이 지난 10여 년간 80% 이상 오른 바 있다.
또 세계적으로 ‘피크 오일(석유 생산이 최고조에 이르는 정점)’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실정이다. 지난해 영국의 석유전문회사인 BP에 따르면 화석연료 매장량과 관련, 석유는 54.2년, 천연가스 63.6년, 석탄은 112년 정도 지나면 심각한 국면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후에는 고갈 가능성이 있으며, 매장량은 탐사·생산기술 발달과 유가 추이에 따라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원전 비중을 줄이기 위해 비싼 석유를 전력원으로 선택했을때 연료 공급의 한계성이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 설비이용률 낮은 신재생 에너지의 한계…우라늄 1g = 석탄 3톤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독자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에너지와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풍력의 설비이용률은 약 20%, 태양광은 10~15%에 불과하다. 전원별 설비단가에서도 태양광의 설비단가는 LNG발전소의 약 16배, 풍력은 약 3배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 자연여건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땅이 협소해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태양광 발전에 부적합하고, 풍력 발전 역시 수시로 바뀌는 바람의 방향을 따라잡기 위한 지능형 기기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에 전기생산 연료의 공급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현재 상황에선 원자력발전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에너지밀도가 높아 연료비축이 쉽고 에너지 안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우라늄 1g은 양질의 석탄 3톤을 태웠을 때 나오는 열량과 같고, 벙커C유 10드럼을 태웠을 때와 맞먹는 에너지가 나온다. 100만kW급 발전소를 1년간 운전하려면 석유는 150만톤이 필요하지만 우라늄은 20톤이면 되는 셈이다.
여기에 원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 한번 장전하면 15~18개월 동안 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1개월분 밖에 저장할 수 없는 화석연료에 비해 연료비축 능력이 월등하다는 이점이 있다.
◆ 원전, 반대가 아닌 효율적 관리 필요
전문가들은 원자력에너지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원전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원자력에너지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원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에서 벗어나 현실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서균렬 서울대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단순히 원전 축소나 폐기를 말하기 전에 구체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에너지 자급률이 고작 3%라는 점에서 에너지자원 고갈에 대한 문제와 함께 온실가스 저감대책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원전이 없으면 전기료가 치솟고 원유 수입은 빚더미와 함께 불어날 수밖에 없다”며 “신재생 및 신에너지가 충분히 기술개발이 이뤄져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원자력 발전으로 에너지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