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이 좋아서가 아닌,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잇감을 따라오는 것이다.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진 비둘기는 더 이상 먹이를 찾기 위해 날아다니지 않는다. '닭둘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살찐 비둘기는 비행 본능까지 포기했다.
기업인들로부터 각종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는 정부 고위관료, 정치인들의 모습은 더 이상 놀랄 만한 뉴스가 아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권을 위해 끊임없이 정부와 정치권에 줄을 대려고 노력하고 있는 일부 기업인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그들이 정상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먹이를 구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비둘기처럼 정부의 각종 정책지원과 자금지원 때문에 기업가정신을 망친 주원인이 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한국 기업가정신의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기업가정신이 발현되는 점에 따라 '생산적 기업가정신'과 '비생산적·파괴적 기업가정신' 등 두 가지로 구분했다. 전자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동반하는 발전적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이끄는 존재이며, 후자는 지대추구(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인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현상) 활동의 확대 및 편파적 규제의 보전과 같이 발전에 반하는 혁신을 통해 파괴적 창조의 과정을 이끄는 존재로 설명했다.
한국의 생산적 기업가정신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에 가입된 선진 40개국 가운데 27위에 불과했다. 40개 평가 대상국을 수준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했을 때 한국은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헝가리, 일본과 함께 하위권인 4등급에 해당하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칠레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비생산적·파괴적 기업가정신은 한국이 40개국 중 중상위권인 16위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터키와 같은 2등급에 해당했다. 1등급은 중국, 인도 등으로, 등급이 높을수록 부패 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연구위원은 "생산적 기업가정신은 낮고 비생산적·파과적 기업가정신은 높게 측정된다는 것은 사회의 인적자본을 낭비하고 창조적 파괴가 아닌 파괴적 창조의 과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규제장벽과 지원정책으로 부여되는 수익창출 기회의 가치가 시장경쟁력 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큰데 누가 혁신을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발표한 중견기업 육성대책은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던 각종 지원책들을 중견기업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게 골자인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간 정책적 차별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유인구조의 왜곡효과를 줄이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정책적 지원이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기업의 규모나 산업군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을 확대하려는 지대추구 방식의 혁신에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묻지마식 지원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인들도 편한 길을 버리고 자신의 사업은 스스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