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서울의 택시 역사를 새로 쓰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택시 서비스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4년 4개월 만인 오는 12일 오전 4시부터 기본요금을 3000원으로 올리는 요금조정 및 운수종사자의 처우개선이 주요 골자다.
즉 박봉과 과중업무에 시달리는 기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유가상승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는 법인·개인업체, 거기에 대다수 시민들의 강한 불신이 택시업계 전반에 고질적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차거부를 안 해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단정한 복장의 택시기사가 승객을 맞이할 것." "안전을 위해 택시 내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겠다."
그렇지만 박 시장의 거듭된 설명에도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가뜩이나 장기적 경기불황으로 인해 시민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더욱 몰리는 게 요즘이다. 택시기사들은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면서 밤낮으로 페달을 밟지만 정작 손에 들어오는 돈은 형편없다고 한숨을 쏟아낸다.
박 시장 역시 이런 상황을 발표에 앞서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요금을 올린다고 하니 시민들이나 업계 곳곳에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고 밝혔다.
요금인상이 운수종사자와 직·간접적으로 상관없는 '업체 배불리기'에 불과하고, 승차거부·불친절·부당요금 제시·과속 등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서울시가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 서비스 대책이 과거 줄기차게 말한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재탕' 논란에도 휩싸였다. 승차거부 파악 강화, 주차단속 CCTV 이용 등은 당장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종합대책은 반쪽짜리 대안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따라서 택시가 시민이 타기 편한 수단으로 거듭나려면 정책 발표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