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창조경제 아이디어를 실물경제 부문에 적용해 성과를 내야 할 기업들은 창조경제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창조경제를 둘러싼 정부와 기업의 ‘불통’ 현상은 4일 열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30대그룹 사장단 간의 간담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윤 장관의 인사말에는 어김없이 창조경제가 포함돼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야 할 주요 과제로 창조경제를 언급하며 “창조경제의 의미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미심쩍었는지 창조경제는 IT와 과학기술을 융합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의 반응은 윤 장관의 기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기자는 현장에서 윤 장관의 인사말 도중 창조경제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가로 젓는 몇몇 기업인들을 목격했다.
장관님의 ‘말씀’에 드러내놓고 반박은 못 하지만 도대체 창조경제의 개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윤 장관이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 기업인들끼리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때는 더욱 직접적인 비판들이 쏟아졌다.
S그룹 사장은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기업들도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경제 여건이 어려운데다 창조경제 개념이 모호해 투자 확대에 나서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G그룹 사장은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개념을 명확히 해줘야 기업들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H그룹 사장은 “창조경제가 뭔지 모르겠으니 묻지 말라”고 대꾸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 간부는 이날 간담회 개최 배경에 대해 기업들을 달래고 투자와 고용 확대를 부탁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경제 여건이 어렵다는 걸 정부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올해 149조원을 투자하겠다며 호응했다.
그래도 기업들을 상대로 돈보따리를 풀라고 요구하려면 적어도 창조경제의 비전 정도는 제대로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