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자의 미국 인맥은?

2013-02-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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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미 중앙정보국(CIA)부국장, 미 항공우주국(NASA)총장, 벨연구소 최고전략책임자(CSO), 매사추세츠공대 총장, 록히드마틴 대표이사, AT&T 전 대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장관 후보자의 화려한 미국 인맥이 공개됐다.

19일 미국의 추적전문사이트인 엔엔디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벨연구소 소장으로 미국 내 9곳의 기업·대학·기관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사회연결망분석(SNA)을 이용해 김 후보자가 외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사회적 관계와 이력을 면밀히 분석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비롯해 학계·기업, 국방·안보 핵심 관계자들과 긴밀한 인연의 끈을 맺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 벨연구소 출신과 끈끈한 인맥 과시

김 후보자는 지난 2005년 벨연구소 사장 및 알카텔-루슨트 CSO로 근무하면서 벤 버바이엔 알카텔-루슨트 최고경영자(CEO)와 인맥을 다졌다. 버바이엔 CEO는 김 후보자가 미래부 장관으로 내정된 직후 “김 사장이 그동안 벨연구소를 이끌면서 보여준 리더십과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뛰어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성공적으로 공직을 수행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후보자가 사장으로 일한 벨연구소는 1925년 설립 이후 트랜지스터, 셀룰러, 유닉스 시스템, 레이저, 통신위성기술 등 통신 분야 핵심 기술을 개발했으며 현재 3만개 이상의 활성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 최고의 민간 연구·개발(R&D) 기관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김 후보자는 네트라발리 전 소장, 스티븐 추 미 에너지 장관, 셜리 잭슨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의장, 아노 펜지어스 노벨물리학 수상자 등 벨연구소를 거쳐간 쟁쟁한 인물들과도 친분을 다졌다.

또한 국내 벨연구소 출신들과도 꾸준한 교류를 이어 나갔다. 그는 윤종록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전 KT 연구개발본부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 경상현 전 장관, 양승택 전 장관, 이용경 전 의원, 이명성 SK텔레콤 부사장 등 벨연구소 출신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현 알카텔 루슨트)의 최고전략책임자를 맡아왔던 만큼 유지일 알카텔-루슨트 한국지사장과도 친분이 두텁다.

◇인큐텔 이사회 통해 미국 CIA 고위관료 섭렵

김 후보자는 1999년 인큐텔 이사를 맡으며 미국 내 인맥이 크게 넓어졌다. CIA가 최신 정보 수집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인규텔을 통해 전·현직 CIA 고위관리 및 군 관계자와 자리를 할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인큐텔에는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과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 존 맥마흔 전 CIA 부국장, 버지 크롱가드 전 CIA 부국장 등 CIA 출신의 고위간부와 찰스 보이드 전 공군 장군 관계자가 전·현직 이사로 재직했다.

이곳에 재직한 마이클 그리핀 나사 국장, 케네드 브로디 전 수출입은행장, 찰스 베스트 매사추세츠공대 총장, 마이클 크로 애리조나 주립대 총장도 김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부처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CIA 외부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던 배경에는 이 같은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인큐텔의 창립 때부터 7년간 이사로 근무했다는 점과 대학 졸업 후 7년간 미 해군 핵잠수함 승조장교로 복무한 경험을 두고 오히려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큐텔은 투자회사로, CIA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보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육성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CIA 등 미 정보기관과 긴밀히 교류한 사실은 한국 첨단기술을 책임지는 장관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근무 사실은 있지만 장관직 수행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학계·기업 등 촘촘한 네트워크 구축

김 후보자는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와 메릴랜드대, 스탠퍼드대, 미공학한림원 등 학계와도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스탠퍼드 국제문제연구소와 워싱턴의 한미문제연구소 등 관련 업무와 무관한 단체와도 인연을 맺는 등 다양한 분야에 발을 넓혔다.

기업인 중에서는 록히드마틴의 노먼 오거스틴 전 대표이사, 넷스케이프의 짐 박스데일 전 회장, AT&T 알렉스 맨들 전 사장, 스티븐 프리드먼 골드만 삭스 파트너 등과 인맥을 형성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풍부한 미국 내 인맥은 국내 IT산업과 관련 기술발전 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국가간 분쟁 등에서 역량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도 “김 후보자는 ICT관련 회사와 연구소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IT의 전문가”라며 “이와 더불어 다양한 인맥은 국내 IT의 산업환경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미래부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R&D를 총괄하고 기술보안과 정보보호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라면서 “오랫동안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해관계를 형성해온 김 후보자를 부처 수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 CIA라는 미국 핵심 기관을 위해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은 김 후보자가 미국인라는 증거”라며 “미국 국적을 포기하더라도 그가 미국인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인큐텔 이사 경력과 이중국적 등 논란이 커짐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과거 경력이 장관직을 수행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자세로 업무에만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지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김 후보자 등 외국의 훌륭한 인재가 있다면 한국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중 국적자의 공직 기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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