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지구는 분양 당시에는 '로또' 지역으로 불렸다. 거액의 프리미엄(웃돈)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가보다 시세가 크게 떨어졌고, 예정된 기반시설도 자취를 감추면서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런데 최근 청라 부동산 시장에 서서히 온기가 들고 있다. 분양가 대비 10~30% 가량 떨어진 주택 시세는 분양가 수준을 되찾고 있고, 입주율도 꾸준히 높아지며 '불꺼진 아파트'도 점차 줄고 있다. 지역이 활기를 띄자 번화가에 권리금이 붙은 상가도 생겼다. 지난해 초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분양가가 2억8800만원인 '청라14블럭 호반베르디움' 112.22A 주택형은 최근 2억99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초 분양가 이하인 2억5500만원에도 매매가 이뤄진 곳이다.
경서동 H공인 대표는 "아직 '편리하다'는 말을 하기는 이르지만 교통이 개선되고 대형마트가 들어서며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검암역으로 가는 버스의 확출과 M버스(M6118) 신설의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통이 개선되니 세입자가 늘었고,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입주율이 높아지니 기반시설도 지어지고, 교통·유통·교육 등이 슬슬 사람 살만한 정도는 되니 집을 보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청라지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분양자의 계약이 파기돼 암암리에 공인중개업소로 들어온 물량이 있는 단지는 모두 5곳.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4곳과 2011년 입주를 시작한 1곳이다.
건설사가 지역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판매하는 물량은 분양가가 10~20% 저렴하며 확장을 비롯해 옵션을 무료 혹은 저가로 제공하는 등 여러가지 혜택이 있어 아파트값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실제 이들 단지에서 아직 건설사 출신 물량이 남은 주택형은 다른 주택형과 달리 집값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
다만 최근 청라지구의 건설사 출신 물량은 꾸준히 줄고 있다. 또 남은 아파트의 다수는 1~2층을 비롯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올해 입주할 6개 단지가 주요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이거나 입지가 매우 좋아 미계약 물량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희동 S공인 대표는 "모든 단지에 걸쳐 입주율도 높아지고 있고 매매가도 올랐다"며 "세제 혜택에 따른 효과도 적지 않았지만 하나금융타운의 투자심사 통과의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 경제성이 낮다면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도 선정되지 못한 지역의 숙원사업 지하철 7호선 연장이 금융타운 때문에 가능하리란 기대감을 가진 방문자가 크게 늘었다"며 "소소하게는 대형마트도 생겼고 곧 극장도 개장하는 등 예정된 시설만 제때 생기면 지역 부동산 경기도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라지구 상가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권리금이 형성된 것이다. 아직까지는 지역의 중심가로 꼽히는 엑슬루타워 단지 내 상가 및 주변 상가의 1층 위주의 변화나 한때 '거기에서 누가 장사하냐'고 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꽤 긍정적이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라지구가 "바닥을 찍었다"며 자산 가치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다릴 것을 조언했다. 눈에 쉽게 보이는 악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것이고 예정된 호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청라지구는 올해 1·2분기 입주 물량이 많다. 더불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었다. 당장 집값의 상승과 회복을 바라는 기대는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나금융·신세계·아시안게임을 비롯해 호재 또한 많다. 적은 비용을 투자해 매입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 결과를 얻을 것"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