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 카드 분사를 앞둔 금융사들이 체크카드 활성화를 명목으로 시장 선점을 꾀하고 있어, 또다시 과당경쟁이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연말까지 독자 체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롯데카드, 현대카드와 협약을 맺고 제휴 체크카드를 발급해 왔지만, 개인고객 유치를 위해 연말에는 은행 독자적으로 카드를 발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독자 체크카드 발급을 위해 시스템을 준비 중에 있다”며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우선적으로 체크카드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드 분사를 준비 중인 우리금융는 지난 10월 예비인가 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당국이 승인할 경우 본인가를 거쳐 내년 초쯤 분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카드 분사를 수차례 진행해 왔지만, 금융당국은 그동안 과당경쟁을 이유로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에 착안, 체크카드 시장을 활성화 하겠다는 명목으로 카드 분사에 속도를 냈다. 분사 승인을 받으면 체크카드에 신용카드 기능을 접목시킨 하이브리드카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농협금융도 우리카드 분사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카드 분사가 성공할 경우 농협금융도 카드 분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NH농협카드는 체크카드 시장에서 KB국민카드와 1~2위를 다툴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카드 분사에 성공하면 약 1300만명의 체크카드 회원을 기반으로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분사를 거론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자회사 검토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일단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이 카드시장의 또다른 과당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에 비해 수익원이 적어 카드사들에게 환영받지 못 했던 체크카드가 금융사들의 분사 명목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와 수수료 인하 등으로 신용카드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그나마 체크카드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먹거리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늘어나면 이마저도 과당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