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면서 가격(분양가) 경쟁력을 갖춘 데다 브랜드 인지도 및 신뢰도까지 더해지면서 '알짜' 상품으로 거듭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학권 세종코리아 대표는 “시장 침체의 골이 깊을 수록 수요자들은 대형 브랜드를 선호한다”며 “법정관리 업체의 사업장을 대형 건설사가 인수하면 오히려 더 인기를 끌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지명 바꾸니 청약도 잘 되네
최근 법정관리 업체의 사업장을 인수한 건설사들은 불황 속에서도 나쁘지 않은 청약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지난 8월 분양한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배지구 6블록 ‘e편한세상 월배’는 당초 월드건설이 시공권을 따낸 단지였다. 법정관리 중인 월드건설은 더이상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보유지분의 60%를 대림산업에 넘겼다. 지분을 인수한 대림산업은 주간사로 사업을 지휘하게 됐다.
당시 청약에서 932가구 중 특별공급분을 제외한 900가구가 평균 3.25대 1의 경쟁률로 대다수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대구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아파트 과잉 공급으로 미분양이 넘치고 시세도 급락하면서 ‘부동산 무덤’으로도 불리던 곳이어서 성공적인 청약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라건설이 2010년 공급한 ‘청주 용정 한라비발디’도 분양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한라건설은 충북 청주시 용정지구에서 법정관리 중인 신성건설 사업장(1400가구)을 매입해 재분양에 나섰다.
전체 1400가구 모집에 702명이 접수해 0.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용 101B㎡는 21가구 모집에 25명이 신청해 1.32대 1, 134A㎡는 1.55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중대형 위주의 대단지여서 순위 내 청약 마감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며 “좀처럼 청약통장을 쓰지 않는 청주 수요자 700여명이 접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청주시 청약통장 가입좌수는 17만여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청주에서 분양된 대원 칸타빌 아파트(총 902가구)는 중소형의 단일면적(전용 85㎡)으로 이뤄졌는데도 모든 주택형이 미달됐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의 ‘진산마을 푸르지오’는 2002년 8월 성원건설 계열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대행사 주도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공사의 자금 사정이 나빠져 공사가 지지부진하더니 201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장을 인수해 지난해 청약에서 평균 1.21대 1, 최고 2.50대 1의 경쟁률로 선전했다. 1순위 청약에서만 약 50% 가까운 청약률을 보였다.
◆"알짜 사업장 인수하자"… 부도 사업장 인수 경쟁
경영난에 빠진 업체가 보유한 시공권을 인수한 분양 단지가 인기를 끌자 부도 사업장에 눈독을 들이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4월 풍림산업과 공동 분양한 인천 부평5구역 재개발 단지인 ‘래미안아이원’의 시공권 50%를 사들여 ‘래미안’ 단독 브랜드로 변경해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단지는 2003년 6월 삼성물산과 풍림사업이 공동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지난 5월 풍림산업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조합과 시공사는 풍림산업 지분을 삼성물산이 인수하는 것에 합의하고 이달 2일 부평5구역 재개발 사업 양도·양수 법원 허가를 마친 뒤 지분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래미안 부평 분양 담당자는 “단독 브랜드가 확정된 이후 모델하우스에 전화 문의는 물론 방문객들도 부쩍 늘었다”며 “인수 절차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계약만 50여건 성사됐다”고 전했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동탄 꿈에그린 프레스티지’(총 1817가구)도 당초 한화건설이 극동건설과 공동분양을 추진했으나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사업을 인구하고 단독으로 시공하게 됐다.
이 아파트 김기영 분양소장은 “동탄1신도시 분양 때부터 수요자들이 브랜드 단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한화건설 단독으로 시공권을 확보한 이후 문의 전화가 이달 초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