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웅진사태로 법정관리(기업회생) 제도의 모순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을 통한 워크아웃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촉법 개정 및 기한 연장을 통해 워크아웃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기촉법을 개정할 경우 금융당국이 관치금융을 강화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기존 법정관리 제도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촉법 개정 놓고 여야 충돌 양상
국회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주경제신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2.9%가 기촉법 개정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수치일 뿐 여야의 찬반 비율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새누리당 의원(12명)들은 58.3%가 기촉법 개정에 찬성한 데 반해 야당 의원(9명) 가운데 찬성 의견을 밝힌 비율은 22.2%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은 채권단도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금융위원회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및 대주주들이 보여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황을 이용해 민심 휘어잡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웅진사태는 사실상 채권단이 당한 것"이라며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면 돈을 빌린 경영진은 특정한 저의를 갖고 법정관리를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 말 효력이 끝난 기촉법을 지난해 재입법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도 기촉법 개정을 찬성하는 배경 중 하나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사안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묵살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반해 야당은 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기촉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통합도산법 개선을 통해 문제점을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워크아웃이 반드시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데 효과적인 제도는 아니다"며 "현재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다른 사람을 선임토록 규정한 통합도산법 74조를 개정하는 등 법안을 손질하면 얼마든지 통합도산법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완종 선진통일당 의원은 "채권단의 입장만 고려해 기업의 경영권을 간섭하거나 통제하면 독자 생존력을 상실하게 된다"며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과도한 통제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 측은 제도 보완을 통해 관치금융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을 지나치게 완화하면 금융당국의 권한이 세질 수 있지만 제도를 통해 이를 제한할 수 있다"며 "기촉법 제도가 본질에서 벗어나 오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촉법 상시화는 시기상조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기촉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려는 금융당국의 시도에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기촉법은 지난 2001년 제정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폐지와 재입법이 반복됐으며 지난해에는 여야 대립 끝에 내년 말까지 재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기촉법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소수 채권자들의 재산권에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새누리당은 상시법 전환은 어렵지만 기한 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외 경기 악화로 기업들의 도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본래 일몰법으로 제정된 법안이기 때문에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며 "상시법제화는 어려울 것이고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내에서는 당초 약속대로 내년 말 기촉법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호준 민주통합당 의원은 "내년 말로 일몰 폐기될 기촉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통합도산법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