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는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들면 중소형보다 하락 폭이 큰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는 강한 뒷심을 발휘하며 오히려 상승세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본지가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의뢰해 조사한 서울·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시세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시 봉산동 한주아파트 152㎡(이하 공급면적)는 매맷값이 1년 전에 비해 평균 23% 올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초 시세가 1억1750억원이었지만 지금은 1억4500만원에 이른다.
경기도 평택시에서도 집값이 1년 전에 비해 10% 이상 오른 중대형 아파트가 적지 않다. 이충동 현대아파트 125㎡형 평균 매매가는 2억35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3000만원 뛰었다. 비전동 동아목련 161㎡도 2억2000만원에서 2억4250만원으로 1년 새 2250만원 올랐다.
서울에서도 시세가 10% 이상 오른 중대형 아파트들이 나오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 158㎡는 지난해 5억8500만원에서 지금은 6억8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1년 새 1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종로구 명륜2가 아남3차 131㎡도 지난해 4억2500만원에서 현재는 4억7500만원으로 12%, 노원구 상계동 불암현대아파트 역시 5억7500만원에서 지금은 6억3500만원으로 6000만원 상승했다.
집값 하락세가 가장 뚜렷했던 경기도 용인에서도 중대형 아파트값이 오른 곳이 있다. 용인시 고림동 영화 아이닉스2차 126㎡가 1년 새 2억2500만원에서 2억6000만원으로 16% 올랐다.
서울·수도권 집값, 특히 중대형 아파트 시세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아파트가 '불황 속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뭘까. 해답은 이 아파트들이 갖고 있는 몇가지 공통점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이 입주한지 1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로, 평균 시세가 주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셋값이 크게 올라 세입자 부담이 크고, 교통이나 개발 계획 등 호재가 있는 지역에 위치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결국 비싼 전셋값이 결국 매매로 돌아서게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집값이 1년 새 23%나 오른 안성시 봉산동 한주아파트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90% 이상까지 치솟으면서 세입자들이 아예 매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가 상승한 중대형 아파트가 가장 많은 평택시의 경우 전세가율이 7월 말 기준 57.3%로, 경기권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 뒤를 안성시(54.4%)가 잇고 있다.
특히 평택은 최근 삼성전자가 고덕산업단지에 100조원을 투자하기로 함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 모드다.
평택시 이충동 E공인 관계자는 “삼성 고덕산단 호재가 있다보니 이충동 일대 아파트 전세가율이 평균 60%를 육박한다”며 “반면 현대아파트처럼 입주한지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매매가가 낮다보니 아예 매매로 돌아서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아파트 125㎡형 평균 매매가는 2억3500만원, 전셋값은 1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아예 전세 물건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서울 봉천동 두산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전세가율이 60%를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지하철역이 도보로 2분 거리인 초역세권에 위치하다보니 일부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
인근 K중개업소 사장은 “전셋값이 계속 오르자 매매로 돌아선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며 “전반적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형평수인 158㎡는 아예 전세·매매 모두 물건 자체가 없어 호가만 상승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2팀 과장은 “전세의 매매 전환이 아직까지 일반적인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경우 국지적으로 전세가가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곳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